LG전자(066570)가 빅테크 전담 칠러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이미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칠러 수요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빅테크 수요를 전담하기 위해서 특별 팀을 만든 것이다. 전담팀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향후 예정된 초대형 사업에도 발 빠르게 대응해 HVAC 사업 확장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ES사업본부장 직속으로 ‘데이터센터 솔루션 태스크’를 신설했다. ES사업본부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새 조직은 냉각 솔루션 수요의 주요 고객 군으로 부상한 글로벌 빅테크 사업 수주에 집중한다. 빅테크들이 요구하는 대형 데이터센터는 맞춤 설계가 중요해 부지 환경에 맞는 시설 최적화 등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경우 부지가 도심에 있지 않아 케이스마다 부지 환경, 전력 수급 여건, 온습도 등 환경이 달라 사전 최적화가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사업 체결 전 선행 영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담 조직 신설에서 보듯 칠러 등 냉각솔루션 사업은 LG전자가 추진 중인 기업간 거래(B2B)사업 확장의 핵심이다. 냉각 솔루션 시설은 AI 컴퓨팅으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AI 혁명 이후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언어 처리로 시작한 생성형 AI 기술이 그림, 영상 등으로 확대하며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자 글로벌 빅테크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앞다퉈 천문학적 금액을 데이터센터 확장에 쏟고 있다. 메타, 구글, 아마존은 올해에만 총 3250억 달러(472조 원)를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부터 연간 10.9%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약 4373억 달러(6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데이터센터의 열을 통제하는 냉각 시장은 2030년 172억 달러(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정부가 천명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도 칠러 산업 성장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약 5000억 달러(720조 원)를 들여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노리는 가운데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최근 전방위 AI 동맹을 맺은 LG전자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개별 가전은 물론 AI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광범위한 사업에서 AI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사 CEO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AI 협력이 기대된다’며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 2025’에 HVAC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모터 회전축에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는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제품은 전자기력을 활용한 자기 베어링 기술이 적용돼 에너지 효율이 높다. 인버터 히트펌프, 주거용 한랭지 히트펌프 등 주거용 냉난방 솔루션도 함께 선보인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으로 주목 받는 칠러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공조 솔루션으로 B2B 비즈니스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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