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표된 청정수소 발전 입찰 결과에 대해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입찰 시장을 열었지만 결과가 실망스러운 까닭이다. 단 한 곳만 조건에 부합해 낙찰됐고 낙찰률도 11.5%에 그쳤다.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통해 세계 청정수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정부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이런 우려는 입찰 시장이 개설될 때부터 예견됐다. 청정수소 발전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청정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만 해당되는데 이들은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해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외국 에너지 기업들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온 이유다.
수입에 의존하는 환경에서 청정수소는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우리처럼 자원 빈국인 일본이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의 강국이 된 요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LNG 도입 초기부터 수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업·유관기관이 기술 제공과 금융 지원 등 종합 패키지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LNG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시장에서 막강한 지위를 확보했다. 그 결과 일본은 시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LNG를 도입하는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됐다.
일본은 청정수소에서도 LNG 도입 경험을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재정 지원은 우리와 비교가 된다. 일례로 말레이시아의 사라왁주에서 추진 중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해 6월 현지에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의 컨소시엄이 각각 말레이시아 주정부가 제시한 전력 가격을 놓고 협상하고 있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일본 업체들은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반면 우리 업체들은 전기료 부담에 난색을 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청정수소 발전이 성공하려면 정부 역할이 절대적이다. 발전 사업자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먼저 청정수소 발전연료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의무 인수(take-or-pay)’ 조건을 넣어 낙찰자의 발전소 이용률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한 발전연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감안해 환율 변동 시 위험을 줄이는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첫걸음을 뗀 청정수소 발전 시장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올해 입찰 시장에서는 흥행을 이루면서 경제성 있는 청정수소를 조달하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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