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 등 높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흑자 폭이 200억 달러 가까이 고꾸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연간 경상수지는 990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2015년(1051억 20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한은 전망치(900억 달러)보다는 100억 달러가량 앞선다. 예상치를 훌쩍 넘긴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이 주효했다. 연간 상품수지 흑자는 1001억 3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만 42.8% 뛰면서 수출 흑자를 이끌었다.
12월 경상수지 흑자는 123억 7000만 달러에 달해 역대 12월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12월 상품수지가 104억 3000만 달러 흑자로 11월(98억 8000만 달러)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한 633억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4.2% 늘어난 528억 7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번 돈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번 돈을 뺀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47억 6000만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에 큰 힘을 보탰다. 증권 배당 수입 증가에 힘입어 전월(24억 1000만 달러 흑자)보다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서비스수지는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21억 1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그러나 올해에도 경상수지 호황이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1월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다만 적자 전환 가능성은 낮은데 본원소득수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은은 올해 전망에 난항을 겪는 가장 큰 리스크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과 그에 대한 주요국 반응”이라고 짚었다. 딥시크 쇼크에 대해서는 “미국이 딥시크를 계기로 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절반은 반도체 관련이라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중국 경기 변화 등을 주요 변수로 들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800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이달 25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명령 여파 등을 반영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에는 원화 약세와 반도체 사이클 호조가 있었지만 올해는 하방 리스크가 더 큰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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