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활황을 맞았던 공개매수 시장에 뚜렷한 딜(Deal)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공개매수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데다, 최근 한 상장사의 선행매매 내역까지 적발되며 검찰 고발되자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여야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꺼내 들면서 시장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SBI핀테크솔루션즈 공개매수 이후 5일까지 단 한건의 공개매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총 26건, 한달 평균 2건 이상의 공개매수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잠잠한 것이다.
그나마 6일 올해 첫 마수걸이 '딜(Deal)'이 나왔다. 코스메카코리아(241710)는 이날부터 이달 26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잉글우드랩(950140) 지분 11%를 주당 1만 원에 공개매수 하겠다고 공시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공개매수는 상장사의 기존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할 때 잔여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재작년부터는 사모펀드(PEF)들이 상장사를 인수·합병(M&A) 할 때 공개매수를 활용하는 거래 방식을 적극 활용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MBK·UC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으려는 증권사 IB들도 잇따라 영업력 강화에 나서왔다. M&A가 수반된 공개매수의 경우 주관 증권사는 공개매수 자체 뿐만 아니라 브릿지론, 인수금융 등을 제공하며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선두주자인 NH투자증권이 독주하며 돈을 쓸어 담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속속 후발주자로 나섰다.
다만 IB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 급성장하던 이 시장이 올 들어 역성장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감독당국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눈을 치켜 뜨고 있는 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달 14일 공개매수 제도 개선 검토를 시사하면서 공개매수 가격이 해당 기업의 순자산에 미달하거나 공개매수 후 거액 배당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29일엔 공개매수 전 선행매매를 통해 불법적으로 수익을 거둬간 상장사·로펌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잉글우드랩 역시 이틀 전인 지난 4일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가도 하루 새 14.37%나 급등하면서 사전에 정보가 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관건은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여부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 25% 이상 취득시 잔여 주식 100%를 의무 공개매수 해야 한다. 정부가 잔여주식 의무 매입량을 50%+1주로 추진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IB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공개매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M&A 거래 자체를 축소시켜 사실상 시장 분위기에 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사 IB 대표는 “공개매수 가격을 사실상 PBR 1배 이상으로 권고하는 등 금감원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공개매수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강화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M&A 거래 자체가 줄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도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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