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등 위생 관념이 한 단계 높아졌다. 그런데 지나친 위생 관리가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일(현지시간) 홍콩 명보는 중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진은 팬데믹 기간 홍콩에서 태어난 700명의 영유아 대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습진 등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률이 팬데믹 이전보다 46%나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팬데믹 기간 과도한 청소 및 소독 습관으로 인해 신생아의 장에 면역 기능을 구성하는 좋은 세균이 현저히 부족해져 면역 체계 발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연구는 저명한 국제 위장학 저널 장내 미생물(Gut Microbes)지에 발표됐다.
연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팬데믹 기간 홍콩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의 종 풍부도와 다양성이 감소했으며, 성숙도도 현저히 감소했다. 이로 인해 면역 기능을 구성하는 천연 항균 펩타이드 유전자가 줄어들었고, 생후 1~3개월에는 비피더스균 결핍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어린이가 특정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으면 면역 체계의 정상적인 발전이 방해받을 수 있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항생제와 소독제를 남용할 경우 아기가 나쁜 병균에 감염될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초래해 출생 100일에서 200일 사이 면역 체계 구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손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은 당연히 지킨다는 전제 하에 야외 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대 의대 소아과 량팅쉰 교수는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등 균형 잡힌 식단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이어 “부모는 아이를 더 많이 데리고 야외로 나가 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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