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를 이끄는 주요 기술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요 3대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다만 장 후반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다시 발언하면서 주요 지수가 출렁대기도 했다.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여파는 시장이 이미 소화한 분위기다.
30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68.31(+0.38%) 오른 4만4882.1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1.86포인트(+0.53%) 상승한 6071.17포인트, 나스닥종합지수는 49.43포인트(+0.25%) 상승한 1만9681.75에 장을 마감했다. 비라일리자산관리의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전날 3개의 주요 메가캡 기술 회사(메타·테슬라·MS)가 보고를 했고, 대부분 모두 무사히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할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마 오늘 밤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장 종료 전 3대 지수가 급하락했다가 급상승했다. 하락 분을 모두 만회하지는 못하면서 지수의 전체 상승폭은 줄었다.
기업별로는 테슬라가 실적하락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2.84% 상승했다. 테슬라는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EPS)가 0.73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늘어난 257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 273억 달러를 밑돌았다. 다만 머스크 CEO는 올해 20~30%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2026년은 대단하고 그 이후 2년은 말도 안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택시와 로봇에 대한 전망에 성장기대감이 부상하며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 아울러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변경된 회계 기준에 따라 보유 중인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를 실적에 반영하면서 순이익이 상당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3억달러로 디지털 자산에서 발생한 6억달러가 포함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6.18% 하락했다. 전날 실적발표에서 매출과 EPS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클라우드 부문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다. 전날 호실적을 발표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1.5% 상승했다. 페이스북은 EPS가 8.02달러로 전망치 6.76%를 웃돌았으며 매출은 484억 달러로 전년 보다 21% 상승했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는 “AI와 안경, 미래 SNS 부문에서 계속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0.98% 상승하며 전날의 하락을 일부 만회했다.
애플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0.75% 하락했다. 장 종료 후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는 시장 전망치를 살짝 웃돌았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1243억 달러의 매출과 2.4달러의 EPS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분석가들의 평균 전망치 매출 1241억2000만달러와 EPS 2.35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다만 시간외 거래에서 여전히 0.4% 하락 거래 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의 고용과 성장이 견조하다는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진단과 부합했다. 우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19일~25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0만7000 명으로, 시장 예상치(22만 명)와 직전수 수치(22만3000명)를 모두 하회했다. 2주 이상 연속 실업보험을 청구한 건수도 185만8000으로 직전주보다 4만2000 명 줄었다. 실업보험 청구가 줄어들다는 것은 한 주동안 갑작스런 해고가 적었다는 의미로 전반적인 고용시장 안정세를 시사했다. 특히 직전 주 캘리포니아 산불 영향으로 실업보험 청구가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난에 따른 고용시장 여파도 점차 안정되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3%로, 전분기(3.1%)보다 둔화하고 시장전망치 2.5%를 하회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의 잠재성장률(약 1.8%)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견조한 수준이다. 특히 경제의 주요 원동력이 소비자지출이 4분기에 4.2%의 급성장을 보인 만큼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2.8%로 전년(2.9%) 보다 소폭 둔화했다. BMO프라이빗웰스의 전략가인 캐럴 슈라이프는 “GDP는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침체 위험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금리를 다시 내리기 전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견조한 경제 성장은 통상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2.8bp(1bp=0.01%포인트) 내린 4.198%로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9bp 하락해 4.515%에 거래됐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같은 흐름은 국채 시장이 미국 GDP가 강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낮았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일 수 있다. CNBC는 “이날 금리 움직임은 GDP가 예상보다 약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이날 국채금리 하락이 미국의 GDP와는 별도로 유럽의 경제 성장이 멈춘 데 따른 반응이라는 설명도 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로존 국가의 4분기 GDP변동률은 0.0%로 성장이 멈춘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빅2인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0.2%, -0.1%로 경제가 축소됐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올해 첫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예금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기준금리를 연 3.15%에서 2.90%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4회 연속 정책 금리 인하다.
가상자산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은 뉴욕증시 마감 무렵 0.9% 상승한 10만5071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는 3.1% 오른 3236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유가는 오는 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실질적으로 이뤄질지를 주시하는 가운데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72.62달러 대비 0.11달러(0.15%) 상승한 배럴당 72.7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 인도분도 전장보다 0.29달러(0.38%) 오른 76.87달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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