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규모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SK하이닉스 노조가 최태원 SK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삼성전자와 인텔의 위기를 거론하면서 “반도체 1등 회사의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미래 성장에 비례하는 구성원 존중이 있어야 한다”며 “구성원 노력의 대가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전날 최 회장과 곽 CEO에게 노조원의 뜻을 담은 편지를 각각 전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노사는 현재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회사는 이달 22일 초과이익분배금(PS) 1000%와 특별성과급 500% 등 총 1500%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1년에 한번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500%로 책정된 특별성과급 규모가 노조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졌다는 이유에서다. PS와 특별성과급을 합친 1500%의 지급률은 앞선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과 동일하다. 하지만 노조는 그때보다 영업이익 규모가 대폭 늘어난 데다 특별성과급 규모 역시 노조와 합의를 거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방적 통보는 노사 약속을 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노조와의 소통은 합의보다 협의를 말한 것이며 노조의 주장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최 회장을 향해 쓴 편지에서 “SK하이닉스 역사에 단 한번도 없던 사측의 성과급 강제 집행이 이뤄졌다”며 “이러한 사건이 앞으로 노사 문화 변곡점에 어떤 요인이 될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노조와 동행하지 않을 경우 인텔·삼성전자 등 경쟁사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노조는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경영진 사이의 소통 부재, 경영진의 철저한 노동조합 무시 정책으로 회사는 복구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며 “SK하이닉스는 저력이 있는 회사고 구성원은 항상 위기 속에서 회사를 먼저 생각했고 그 속에서 회사를 성장시켜 현재 주식 시가총액 165조 원의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원팀 정신과 이들이 회사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희생 정신을 보이면서 AI 반도체 1등 회사가 됐다”며 “SK하이닉스는 구성원 처우가 보장되고 회사의 미래 성장에 비례하는 구성원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곽 CEO를 향해서는 “회사의 위기 때마다 구성원은 똘똘 뭉쳤고 그 위기 극복 정신 속에서 최고 기술력을 쌓아 곽노정 사장님이 주창한 AI 반도체 퍼스트 무버를 달성했다”며 “그런데 구성원이 똘똘 뭉쳐 한 방향을 지향하던 ‘회사의 위기극복과 극복 이후 성장에 대한 공정한 이익 배분’ 정신은 어디로 사라졌나”고 반문했다.
이어 “아직 한번의 기회는 있다”며 "2025년 임금 교섭은 새로운 투쟁의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노사 신뢰 관계 회복을 위해 사장님께서 직접 나서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달 24일 임금 협상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다. 임금 협상은 기본급 협상을 위한 것이라 성과급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노조는 기본급은 물론 성과급 규모도 일괄 협상하겠다는 방향성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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