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무정지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야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이며 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 인사들이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7일 공개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각각 45.4%, 41.7%로 조사됐다.
여당 지지도는 일주일 전에 비해 1.1%P 하락했고, 야당은 2.7%P 오른 수치다. 다만 양당 지지도 격차는 3.7%P로, 여전히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계엄 사태 직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두 배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국면에 접어들며 양당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정체가 계속되자 비명계 인사들은 일제히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출장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지금은 여론조사 검증 특별위원회가 아닌 ‘민심 바로알기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지사는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며 “민심이 떠나가고 있는 데 대해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23일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일곱번째LAB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은 것을 국민께 똑똑히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어느 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치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답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4일 “이재명 대표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친명의 색깔만으로는 과반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많은 국민이 민주당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주신 것”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정운영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계속 강공 일변도로 간 데 대한 국민적인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명계 인사들은 최근 ‘역할이 주어지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조기 대선을 겨냥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2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혼란한 상태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한다”며 “말도 안 되는 불법 계엄과 내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사회는 쪼개지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야권 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도 24일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이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이 상황을 종식시켜야 하고, 결국은 국정안정과 민생회복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정치권이 나아가야 하는데 거기에서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답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설 연휴 동안 “헌법과 국민을 기만하는 내란 세력들을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더 넓은 민주당, 민주주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향후 어떻게 기여할지 구상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통합’ 메시지를 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초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대응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등으로 이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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