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의 경제 자유도가 세계 184개국 가운데 10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7위에서 13계단 떨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일 발표한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2025 경제자유지수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된 근로시간과 고용 규제 등으로 인해 ‘부자유’ 등급을 받았다. 정부 규모, 시장 개방성, 기업 환경, 법치주의 등 4개 분야 12개 항목 평가에서 종합 점수는 74.0점으로 세계 17위를 기록했지만 노동시장 항목에서는 매우 낮은 56.4점을 받았다. 한국은 2005년 노동시장 항목이 신설된 이후 20년째 ‘부자유’나 ‘억압’ 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채용·해고 등 노동시장 구조가 그만큼 경직돼 있다는 의미다.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한 낮은 노동생산성은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턱없이 낮은 노동시장의 자유도는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에서도 한국은 2023년 기준 37개 회원국 가운데 26위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진출 100인 이상 제조업 외국인투자기업 10곳 가운데 5곳 이상은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노동 유연성 제고’를 투자 확대의 주요 조건으로 꼽았다.
낡은 노동 규제들을 혁파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 관계는 경영 불확실성을 높여 신사업 계획 수립 과정에서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데도 강성 노조들은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 투쟁에 몰두하고, 거대 야당은 파업 조장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성장 우선’을 외칠 게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 개혁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국회는 주 52시간제 완화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리가 도태되지 않으려면 노동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