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의장 없이 해를 넘겼다. 국내 광역시의회 중 유일하게 의장이 공석인데 시의회 공전이이 장기화될 경우 집행부 견제는 물론 행정 차질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울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해 6월 25일 후반기 의장 선거를 진행했다. 당시 전체 시의원 22명 중 국민의힘이 20명으로 절대 다수인 상태에서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 의원이 3차 투표 끝에 나란히 11표씩 얻었고 최다선, 연장자순으로 한다고 정한 회의규칙에 따라 이 의원이 선출됐다. 하지만 이 의원을 뽑은 투표지 중 기표란에 중복 기표가 된 1장이 문제가 됐다. 상대 후보였던 안 의원이 무효표를 주장하며 의장 선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의장 공백상태가 됐다.
5개월만인 지난 11월 18일 재선거가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 단일후보를 두고 내홍이 반복되면서 선거가 열리지 못했다. 안 의원이 탈퇴해 19명이 된 국민의힘 의원 10명의 지지를 얻은 이성룡 의원이 단일후보가 됐으나, 결과에 승복하지 못 한 김기환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결국 국민의힘은 사태 수습을 위해 두 의원 모두 사퇴하도록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22석 중 20석을 독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자리다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비난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울산시정의 주인은 몇몇 의원이 아니라 울산시민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낯부끄럽고 명분 없는 일탈행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울산시의회가 스스로 시의장도 선출하지 못하는 식물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의회는 후반기 의회 개원 후 한 달 넘도록 본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후반기 임시회는 3차례 이상 미뤄지다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울산시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1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무효표 논란으로 촉발된 울산시의회 파행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오는 3월께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의장 선출결의 무효 확인 소송 결과에 따라 실마리가 풀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울산시의회 한 의원은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감독하기 위해선 의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후반기 들어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시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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