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 후 주가가 지지부진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수혜주로 분류되며 올 들어 460% 넘게 상승한 MSTR 주가가 내년 친(親)가상자산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고공 행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MSTR 주가가 시가총액 대비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약 20영업일 동안 MSTR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T-REX 2X 롱 MSTR 데일리 타겟’ ETF 1억 5442만 달러(약 2221억 원)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MSTR 주가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T-REX 2X 인버스 MSTR 데일리 타겟’의 순매수액 1782만 달러(약 256억 원) 대비 9배가량 많은 수치다. 지난달 22일은 공매도 투자자인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설립자가 MSTR을 공매도 표적으로 삼은 날이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되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MSTR 주가가 주춤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며 달려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이 큰 비트코인을 대신할 투자처로 공매도 지목 이후 주가가 많이 빠진 MSTR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과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는 총 6380만 달러 순매도를 보였다.
MSTR은 본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력으로 삼던 업체다. 하지만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MSTR 비트코인 보유량은 42만 3650개로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많다. 특히 마이클 세일러 MSTR 이사회 의장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매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420억 달러(약 60조 원) 규모의 주식과 채권 발행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MSTR 레버리지 ETF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상당한 데다 본업인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3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MSTR의 시총은 약 926억 달러로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2배가 넘는 상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밸류에이션은 MSTR의 전략이 어떠한 위험도 없이 수행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며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손실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 가격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자 비용 없이 비트코인을 지속해서 매수하겠다는 MSTR의 전략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때만 유효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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