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는 1996년 경북 구미시에 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한데 이어 2019년 강원 춘천시에 추가로 IDC를 지었다. 구미센터는 삼성전자, 춘천센터는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시스템 백업센터로 활용 중이다. 그룹사 자체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능을 맡고 있어 굳이 수도권에 IDC를 구축할 필요가 없었다.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 NHN클라우드의 국가AI데이터센터는 자체적으로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CPU) 등을 갖추고 고객들이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가 AI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인 점도 IDC 입지로 손색이 없었다.
두 기업의 사례는 정부가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규제로 대응하지 않더라도 IDC의 성격에 따라 지역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도권과 지역으로 IDC 설립을 이원화시켜 지원할 경우 전력 공급 우려를 해소하고 글로벌 빅테크 IDC 유치와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률적 규제보다 이원화된 지원 필요=정부는 IDC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청된 신규 IDC 732개 가운데 80%가량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IDC 가동과 유지를 위해 대규모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탓에 정부는 전력 부족 문제와 사고 발생에 따른 인프라 마비, 지역 간 불균형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전기사업법’ 시행령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 법·제도와 규제를 통해 IDC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 입장은 다르다.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고객 접근성 탓에 지역 IDC로는 고객사와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의 IDC는 위치와 입지에 제약이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과 달리 임대 및 위탁 운영·관리가 중심인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이어서다. 특히 국내 주요 ICT 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코로케이션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지역에 IDC를 설치하는 것을 꺼린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ICT 기업들이 IDC에 임대·위탁을 맡겼더라도 비상시에는 결국 자사 장비를 점검·관리해야 하는데 지역에 위치할 경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IDC 관리를 위해 지역에 직원을 상주시킬 수도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규제보다 입지 영향이 적은 클라우드 IDC를 중심으로 지역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당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나연묵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규제보다 데이터센터의 성격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지역 분산 정책을 이원화시켜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지역특화 전략으로 분산 유치 필요=정부의 IDC 지역분산정책에 지방자치단체는 반색하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일자리 창출, 국토 균형 발전 등을 내세워 울산광역시, 경남 창원시·함양군, 강원 춘천시·원주시·홍천군, 전남 순천시·해남군 등이 앞다퉈 IDC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지자체의 IDC 유치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분산 유도 방안으로 전력시설부담금을 할인해 주고, 예비전력 요금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60메가와트(㎿) 전력 규모의 IDC는 약 30년 간 100억 원 안팎의 할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함양군은 1조 2500억 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초거대) ID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문제는 지역 특화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김 위원은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아시아 IDC 허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해저케이블 인프라에 있다"면서 "지역별 특화전략이나 인접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인재 공급 방안 등을 유인책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제 혜택과 전력 공급 외에 지역의 장점을 살려야 IDC 유치·구축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항구도시 장점을 살려 국내 최초로 수중 IDC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울산광역시는 자동차·석유화학·조선 등 지역 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와 IDC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한 ICT 기업 관계자는 “지역에 IDC를 지어도 인력공급이 충분치 않거나 특별한 혜택이 없을 경우 기업 수요가 적어 공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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