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업권을 대상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감축에 나설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강화된 기준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상당수 채권이 NPL로 분류돼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정보 핫라인인 금융회사 자료 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NPL 감축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초 PF 사업장 정리 실적이 부진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한 자리에서도 NPL 관리를 주문했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제출하라며 연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 NPL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뜻한다. 전체 여신 중 NPL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체율 지표와 함께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금감원이 최근 들어 NPL 감축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에 따라 NPL 비율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올 6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존 평가 등급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했다. 평가 결과 유의(C)·부실 우려(D) 등급은 재구조화 및 자율 매각, 사업장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에 나서야 한다. 금융 당국은 올 8월 1차 재평가 결과를 발표했으며 지난달 2차 평가도 마무리해 곧 재구조화 및 정리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C, D 등급으로 분류되는 사업장이 늘면서 NPL로 분류되는 채권이 증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경·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NPL을 낮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도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지 못하면서 경·공매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저축은행 경·공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저축은행이 경·공매를 통해 정리한 사업장은 총 40건으로 3292억 원 규모다. 전체 건수 대비 20%에 불과하고 금액 기준으로는 15%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대손충당금 선제 적립 효과로 올 3분기 ‘깜짝 흑자’를 거뒀지만 건전성 관리에 들어온 경고등은 꺼지지 않고 있다. 올 3분기 전체 저축은행 79곳의 NPL 비율은 11.16%로 전 분기 대비 0.37%포인트 하락했지만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이상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NPL 비율이 20%를 돌파한 곳도 솔브레인(36.9%), 안국(24.8%), 대아(22.6%), 상상인(22.2%) 등 4곳에 달한다. 1개월 이상 연체 채권 비율을 의미하는 연체율의 경우 8.73%로 전 분기 대비 0.3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전체 저축은행의 절반에 가까운 36곳(45.6%)이 10%를 웃돌았다. 지난해 3분기(14곳)와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2.6배 늘어난 셈이다.
금융 당국은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업계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를 하기 위해서는 NPL부터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영업 역시 활기를 보일 텐데 그 전에 NPL부터 먼저 털어내 몸집을 가볍게 하라는 것’이라며 “부실사업장 경공매와 재구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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