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일제히 전날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증권(001500)에 대해 신용도 하향 조정 압력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손 부담 여파로 당장에 신용 등급 상향을 기대하긴 무리라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27일 보고서에서 현대차증권의 이번 유상증자가 회사 자본 적정성 지표를 개선시켜 향후 신규 영업활동 확대를 통한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의 수익 기반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비교할 때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자본확충이 현대차증권의 위험인수 능력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1조 2391억 원에서 1조 4391억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순자본 비율은 기존 479.2%에서 636.4%로, 연결 조정순자본비율은 229.2%에서 266.0%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자본 적정성 제고 효과 및 수익 기반 개선 효과를 고려할 때, 유상증자는 회사에 대한 신용도 하향 압력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동일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혁진 한기평 연구원은 “한때 6배 수준까지 도달했던 조정레버리지배율이 5배 미만 수준으로 하락하며 자본 적정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부동산금융 시장 악화로 충당금 부담 등 재무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번 유상증자는 이에 대한 완화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신용평가사들은 다만 당장에 신용 등급 상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브릿지론(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출) 등 고위험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관련 대손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향후 유상증자 대금의 구체적인 사용 용도, 수익성 회복 여부, 부동산 PF의 회수 및 손실 인식 추이 등을 지속해서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종투사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다음 달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 향후 사업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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