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을은 지나가고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인지 독서에 대한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예전에 독서하면 당연히 종이로 인쇄된 서적을 읽는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태블릿PC로 전자책을 보거나 이어폰으로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도 시대에 뒤떨어지기 싫다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책들이 서비스되고 있어 놀라웠고, 이용하다 보니 무거운 종이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나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10년 전만 해도 오디오북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된 것 같다.
필자는 오디오북과 관련해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2014년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매년 추진하는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 활동에 참여했던 일이다. 캠코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여러 사람들이 직접 오디오북 녹음에 참여하는 재능 기부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다.
처음 오디오북 녹음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디오북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어떻게 녹음을 해야 할지 몰라 많이 우왕좌왕 했었다. 참여자들은 전문 성우들에게 발성이나 발음을 교육 받고 3개월 이상 녹음 기간을 거치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4개월 이상 검수한 후에야 오디오북이 완성된다.
최근 다양한 오디오북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오디오북 제작은 여전히 필요하다. 책의 본문만 읽어주는 비장애인용 오디오북과 달리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은 책에 포함된 그림이나 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포함된다. 그림이 많고 만화 형태로 구성된 아동 도서의 경우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동·대사를 텍스트로 옮겨 책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오디오북에 담기 위해 많은 참여자가 노력하고 있다. 비장애인용 오디오북과 내용 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오디오북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여러 참여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기에 더욱 특별한 오디오북이라고 생각한다.
캠코는 지금까지 경제·인문·역사·철학 도서를 비롯해 위인전·만화 등 530권의 오디오북을 제작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전달했다. 10번에 걸친 오디오북 제작에는 608명의 공사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450명도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 재능 기부를 실천했다. 제작한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웹 정보 플랫폼 ‘맥(MAC·Media Access Center)’을 비롯해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자동응답서비스(ARS) 소리샘 등 다양한 모바일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점자 도서만 제작하던 시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도서의 종류는 여전히 한정적이다. 지금의 독서 열풍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 제작과 보급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올해도 캠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 ‘마음으로 듣는 소리 시즌11’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 참여자 50명을 곧 모집할 계획이니 관심이 있으시면 캠코 홈페이지 등을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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