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 상장사 3분기 실적 둔화, 미국 대선 불확실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더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2649.78보다 80.07포인트(3.02%) 내린 2569.71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774.49에서 5.51포인트(2.86%) 하락한 768.98에 장을 마쳤다.
9월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1조 2702억 원, 1조 1367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만 2조 246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거꾸로 외국인과 기관이 87억 원, 1385억 원씩 순매수했고 개인만 1327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번 주 코스피는 미국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반도체주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다가 이들이 재차 약세로 돌아선 탓에 2500대로 내려갔다. 특히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자국에서 생산한 인공지능(AI) 칩을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이 외국인들의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당선을 계기로 엔화 강세가 나타난 점도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시바 총리는 대규모 금융 완화책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에 반대하는 대표 인물로 그의 당선이 엔화는 물론 원화 강세로도 이어지면서 자동차 등 국내 수출주의 주가 흐름에도 부담을 줬다.
증권사들은 오는 8일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필두로 시작되는 국내 상장사 3분기 실적 발표 시즌도 다음 주 증시 흐름을 본격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제외한 D램 평균 판매 가격(ASP)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와 함께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중동 무력 충돌 우려가 확산한 점도 주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증권사들은 다만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완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 재매도) 부담 감소, 중국 경기부양 정책 효과 등으로 다음 주 증시가 크게 주저앉기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점은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짚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이에 따라 다음 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500~2640으로 제시했다. 다음 주에 관심을 둘 만한 업종으로는 헬스케어, 2차전지, 은행, 증권, 자동차 등을 지목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3분기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 미국 주식시장보다 상승폭이 작을 수 있다”며 “금리 하락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성장주와 배당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과 연관된 HBM 관련주 위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문제와 미국 항만 파업 이슈 모두 장기화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미국 대선 외에 불확실성 요인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등 탄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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