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 조선사를 대표하는 대한조선이 상장 주관사단 선정을 마치며 기업공개(IPO)에 본격 나선다. 업계에서는 실적 호조,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 등에 힘입어 대한조선이 상장 후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전날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을 상장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공동 주관사로는 신영증권(001720)이 이름을 올렸다. 상장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전남 해남에 위치한 대한조선은 중대형 탱커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주로 건조하는 기업이다. 한때 대주그룹 계열사였지만 2009년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대상이 됐다. 이후 KHI그룹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SG 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약 2000억 원에 대한조선 경영권을 인수했다. KHI그룹은 2021년에도 연합자산관리와 함께 케이조선을 2500억 원에 인수했다.
2021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대한조선은 KHI 인수 후 실적과 재무 상황이 급반전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8163억 원, 영업이익 359억 원을 기록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매출 4600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12.5%다. 자본총계 역시 2022년 1350억 원, 지난해 1714억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이는 대한조선이 주력으로 건조하는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과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의 가격이 2022년부터 크게 오르면서 올 상반기까지 선가가 약 40~50% 상승한 덕분이다. 지난달 말 기준 수주 잔량도 약 30척, 26억 달러(약 3조 4700억 원) 규모로 향후 3년 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실적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
중소형 조선사인 대한조선이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형 조선사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중형 조선사는 스무 곳이 넘었지만 현재는 대한조선을 비롯해 케이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중국 조선사와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조선은 IPO를 통해 새 도약의 기회를 잡게 된다. 글로벌 수주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완성기에 진입했다”며 “지금 살아남은 업체들 중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업체들은 반등의 기미가 보일 정도로 업황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한조선이 증시에 입성할 경우 1조 원이 넘는 몸값을 책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는 IPO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비교 방식을 사용한다. 현재 국내 상장 조선사의 PBR이 2~3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기준으로만 약 3500억~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잠재적 비교기업들의 주가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대한조선의 자본총계 역시 가파른 외형 성장에 따라 증가할 전망이기에 내년 하반기 조 단위 ‘대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