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지난 한 달 새 7조 원 이상 증가할 정도로 과열 현상이 심해지면서 은행권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기조에 따라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지만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당국이 정책 모기지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계대출 관리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 내부에서도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대한 회의감이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나 기준금리 등 시장 전체 상황과 맞물려 가야 한다”며 “은행들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이 2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이른바 대출 ‘갈아타기’인 대환대출도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런 조치가 다른 은행에 확산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대출 제한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 효과를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은행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가계대출 급등을 이끌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수요 가운데 대환대출의 경우 차주들이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은 은행 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출 수요자들은 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곳으로 몰리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시장의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신생아특례대출·디딤돌·버팀목 등 정책금융 상품 금리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출 수요의 둑이 터진 모양새”라며 “가계부채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면 정책금융 상품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시기를 앞당기는 등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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