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5위의 인구 대국 파키스탄과 연내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개시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파키스탄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협의를 빨리 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 개시 선언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 주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세르비아·도미니카공화국 등 4개국 주한 대사들과 만나 EPA를 통한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PA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한 형태로 시장 개방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자원과 인구, 성장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와 아시아·동유럽의 10개국과 EPA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파키스탄이 케냐와 탄자니아·태국·세르비아 등과 함께 대상에 올랐다. 공청회 개최 같은 국내 절차는 이미 밟았고 10개국 가운데 조지아·몽골과는 지난해 말 협상을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2억 4000만 명이 넘는 인구 대국이다. 자국 내 수요 규모가 큰 데다 한반도의 세 배가 넘는 국토 면적에 천연가스와 구리 등 천연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세계 42위로 2021년과 2022년에만 해도 연 6%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최근 대외 부채 급증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잘 마무리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과 파키스탄 간 교역 규모는 저조했다. 한국과 파키스탄은 2022년 기준 교역 규모가 16억 8000만 달러(약 2조 3200억 원)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파키스탄의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0.7%에 그쳤다. 정부 안팎에서는 양국 간 EPA가 현실화할 경우 교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키스탄은 최근 전기차와 휴대폰 제조 산업을 육성하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 진출 확대를 원하고 있다. 한국과의 부품 산업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은 부품이나 자동차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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