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거장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권이 시작가 160억 원에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다.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부동산 물건의 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옥션은 이달 25일 서울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한 하이엔드 주거 시설의 분양권 1건이 포함된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별도로 출품되는 분양 물건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건축될 예정인 ‘더 팰리스 73’ 내 오피스텔 1개 호실이다. 실제 분양권의 가격은 2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서 입찰이 시작되기 때문에 차익 실현을 노리는 자산가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이날 열리는 미술품 경매에는 약 78억 원 규모의 미술품 110점 등도 출품된다.
옛 쉐라톤팔래스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더 팰리스 73’ 건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미국 건축가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했다. 그는 프리츠커상을 최연소 수상한 미국 건축가로, 주로 순백색의 건물을 지어 ‘백색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1970년대 초반 ‘더 화이트’라고 불린 건축가들과 함께 ‘뉴욕 파이브’라는 그룹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명성을 떨쳤다.
작가는 특히 모더니즘 건축을 강조하는 뉴욕 파이브 그룹 내에서 백색의 조형과 공간을 가장 돋보이게 실현하는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 게티센터와 캘리포니아 산호세 시청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씨마크호텔이 그의 설계작 중 하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들어서는 ‘더 팰리스 73’은 마이어가 직접 설계에 참여한 국내 최초의 주거용 시설이다. 경매에 출품되는 호실은 전용면적 261.30㎡(약 80평)·테라스 면적 133.30㎡(약 40평)의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마이어의 건축 철학을 계승한 마이어 파트너스가 인테리어를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옥션은 해당 출품작 낙찰자에게 아트 컨설팅을 제공하며, 구매 수수료도 면제한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해당 물건을 출품한 이유로 “세계적 건축가인 마이어의 건축 철학이 주거 공간에 두루 적용된다는 점에서 출품 물건이 단순한 부동산 이상으로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를 갖는다고 판단했다”며 “서울옥션은 앞으로도 예술 애호가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발굴하고 소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매의 근현대미술 섹션에서는 작가 김창열이 1973년 제작한 ‘물방울 ABS Nº 2’, 박서보의 1969년 작품 ‘무제’, 이세득의 200호 작품 등도 거래된다. 해외 작가 작품 중에는 구사마 야요이의 ‘해트(Hat)’가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6호 크기의 화폭 가운데 크게 모자를 그려 넣고 구사마를 대표하는 검은색과 노란색 두 가지 조합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최근 해외 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작가 살보가 말년에 그린 ‘프리마베라(Primavera)’도 새 주인을 찾아 나선다.
고미술 섹션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사진에 등장하는 ‘백자청화진사투각고사인물문필통’이 출품된다. 초대 국무총리이자 고미술 수장가로 잘 알려진 창랑 장택상의 소장품이던 해당 작품은 조선 후기 유행한 필통 중 그 문양이나 장식성 등이 두드러진다. 서화류로는 단원 김홍도를 포함한 18세기를 대표하는 화원과 화가의 화풍이 담긴 ‘화첩’이 출품된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아버지 김노경, 그리고 아우 김명희와 김상희의 간찰을 모은 간찰첩도 이번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서울옥션 ‘제179회 미술품 경매’의 프리뷰 전시는 14일부터 경매 당일인 25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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