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전기차 캐즘’을 돌파할 콤팩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를 공개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서 합작해 지은 배터리 공장에서 조달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면서도 가격은 보조금 적용시 3000만원 중반대로 낮췄다. 1회 충전에 501km의 주행거리를 확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다. 기아는 가성비를 갖춘 EV3로 깐깐하고 실용적인 소비층인 ‘얼리 머저러티(early majority)'를 공략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주행거리 501km에 3000만원 중반대 가격…두 마리 토끼 다잡았다
EV3는 기아가 2021년 EV6, 지난해 EV9에 이어 국내시장에 선보인 전동화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지난 23일 EV3의 상세 제원을 공개되자 업계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로 반드시 갖춰야 할 주행거리와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우선 주행거리가 길다. EV3(롱레인지 모델 기준)는 1회 충전 시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기준 501㎞를 달릴 수 있다. 유럽(WLTP) 기준으로는 주행거리가 600㎞를 넘는다. 주행 성능이 뛰어난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한 결과다. 롱레인지(81.4㎾h)와 스탠다드(58.3㎾h) 2개 모델 모두 NCM 배터리가 탑재된다. 차량 가격을 3000만 원대로 맞추기 위해 한때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기아는 NCM 배터리를 최종 선택했다.
기아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EV3를 공기 역학적으로 설계했다. EV3에 17인치 공력 휠, 휠 갭 리듀서를 적용하고 휠아치 후방 곡률 형상을 다듬어 휠 주변의 공기흐름을 최적화했다. 냉각 유동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범퍼 일체형 액티브 에어 플랩을 탑재해 냉각 저항을 개선했다. 또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하는 사이드 실 언더커버, 3D 곡률 형상 전·후면 언더커버 등 총 8종의 차체 하부 부품으로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기차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를 심층 분석한 결과 주행거리는 450~500㎞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며 “대중화 모델이건 고급 모델이건 그 정도의 주행거리는 나와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가격이 비싼 NCM 배터리를 써야 해 차량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있었다”며 “EV3는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세운 배터리 공장에서 NCM 배터리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조달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충전속도 31분 동급 차종 가장 빨라…외관은 기아 EV9 떠올라
배터리 충전 속도도 우수한 편이다.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1분이 걸린다. 충전 속도가 최근 출시한 신형 EV6(18분)보다는 길지만 동급 차종 가운데에서는 빠르다.
충전속도의 차이는 차량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EV6는 전기차 성능을 극대화한 후륜 기반의 800V 시스템이 적용된 반면 EV3는 전기차 대중화라는 역할 수행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과 최적화된 상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륜 기반의 400V 시스템이 탑재됐다. 전륜에 적용한 모터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3Nm를 발휘한다.
서하준 기아 국내상품실장 상무는 “EV3는 충전 전류를 최적화해서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동급 차종 대비해서는 굉장히 빠른 충전 시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외관은 EV9을 닮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에 기반해 역동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을 갖췄다. 미지향적 느낌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수직으로 배치한 헤드램프로 대담한 인상의 ‘타이거 페이스’를 형상화했다.
측면부는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기아는 측면부를 이루는 선과 면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해 볼륨감 있는 차체와 민첩한 실루엣을 동시에 연출했다.
후면부는 리어 글래스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차체 양 끝에 배치해 깔끔한 테일게이트 표면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견고한 느낌을 주는 C필러가 넓은 숄더 라인으로 이어지며 당당한 자세를 완성한다.
‘기아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등 혁신적인 커넥티비티 사양 탑재
기아는 EV3에 기아 EV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와 디스플레이 테마 등 혁신적인 커넥티비티 사양을 탑재해 고객에게 의미 있고 편리한 차량경험을 제공한다.
기아 AI 어시스턴트는 자연어를 기반으로 △여행 △차량 이용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지식 검색 등을 지원해 간결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차량과 고객의 양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기아는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전용 전기차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스트리밍 프리미엄’ 서비스를 가입할 경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유튜브 등 OTT 서비스와 차량 내 게임 등 생생한 인포테인먼트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와 함께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30종의 각 구단별 디스플레이 테마도 제공한다. 기아는 NBA 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마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객의 취향에 기반한 맞춤형 차량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류창승 기아 고객경험본부장 류창승 전무는 “생활공간의 확장을 지향하는 EV3는 스트리밍 프리미엄 서비스와 동급 최고의 사운드 시스템으로 고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콘텐츠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며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디스플레이를 꾸밀 수 있는 기능과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갖춘 EV3는 고객 니즈를 반영한 혁신기술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 "얼리 머저러티층 공략…EV4·EV5 등 론칭 이어갈 것"
기아는 EV3 출시를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방침이다. 연간 판매 목표도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EV3의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량은 20만 대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5만 1000대다. 현대차그룹이 EV3에 대해 거는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3는 전기차 시장의 ‘얼리 머저러티(early majority)’층을 공략하는 차종의 시발점”이라며 “EV6와 EV9이 얼리 어답터층을 공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EV3는 좀 더 실용적인 고객층을 타기팅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출시된 전기차들이 고성능 위주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것과 달리 EV3는 차량의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대중화를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송 사장은 얼리 머저러티층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리 어답터층은 전기차의 가격이나 충전이 조금 불편해도 신기술과 신차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기차를 테스트하려는 욕구가 많다”며 “하지만 EV3가 타깃으로 삼은 얼리 머저러티층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가격에 민감하며 다양한 코스트를 따지고 분석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기아가 EV3의 주행거리와 모터 출력, 충전 속도 등과 같은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면서 차량 가격은 4000만 원(보조금 적용 시)을 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던 이유다.
기아는 6월 초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계약을 실시하고 정부 부처 인증 절차가 끝나는 7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은 롱레인지 모델 기준 전기차 보조금과 각종 인센티브를 더하면 3000만 원 중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