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인 소통을 앞세워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국정 운영에 일대 변화를 주고 있다. 5선의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을 비서실장에 임명해 참모진은 물론 국회·국민과의 소통 강화 의지를 강조했으며 정무수석에도 자수성가형에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선임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실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또 하루 두 번 브리핑에 나서며 소통은 물론 언론과 스킨십을 늘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예고 없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정 실장 임명을 알렸다. 통상 대통령실 인선은 비서실장이 발표한다. 전임 이관섭 비서실장 인사도 김대기 초대 비서실장이 발표했다.
정 실장은 정통 관료 출신인 전임자들과 달리 정치인 출신이다. 충남 공주 출생으로 6선 의원에 충남지사를 지낸 고(故) 정석모 의원이 부친이다. 성동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서 15년간 근무하며 정치부에 몸담았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충남 공주·연기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0~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는데 당시 지지율이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높았다. 국회에서는 원내대표, 국회 사무총장, 국회부의장, 비상대책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다. 여권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소방수로 뛰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인 2016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야당과의 협상을 무난히 이끌며 ‘거당구(거칠어도 당수가 9단)’라는 별칭도 얻었다. 윤 정부 출범 이후에는 비대위원장을 6개월 정도 맡아 이준석 체제 붕괴로 혼란한 당을 바로잡고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홍 신임 정무수석을 발표하면서도 예고 없이 등장했다. 오후 2시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날’ 행사 후 돌아와 “홍 수석은 정치인 이전에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며 “당의 많은 분이 소통과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추천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민생 현장의 목소리도 잘 경청할 분”이라고 평가했다. 홍 수석은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을 확인하는 선거였다”며 “결과값은 정부 쪽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오전·오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즉석에서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쌍방향 소통에 나선 것은 도어스태핑 중단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은 중요 국정과제를 정책으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쪽에 중심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국민들께 더 다가가 설득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이 대표를 용산으로 초청했기에 이 대표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며 “의제에는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해 그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받아야 된다”며 “정무수석을 빨리 임명해 신임 수석이 앞으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총리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논의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대변인실은 “단순히 회담 준비를 말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비서실장 등의 인사에 대해 4·10 총선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정 실장은 친윤 핵심 인사로 그동안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라며 “이번 임명은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비서실장 찾는데 뭐 이리 요란하고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는지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은) 인사를 잘 모르겠으면 저에게라도 물어보시라”고 말했다.
영수회담과 관련한 잡음도 나왔다. 한오섭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당초 이날 오후에 만나 의제와 참석자 등을 조율하기로 했지만 신임 정무수석 인사로 취소된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실무회담을 일방 취소했다며 유감을 밝혔지만 대통령실은 신임 정무수석 발표가 급하게 이뤄져 부득이한 결정이었으며 천 실장도 대통령실 사정을 양해했다고 설명했다. 홍 수석은 23일 천 실장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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