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과 함께 소비 둔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한 달 만에 내림세를 나타내며 소비 회복의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이다. 건설 등 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데 통화 긴축 기조는 여전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지난해 11월 97.3에서 올해 2월 101.9까지 올랐으나 이달 들어 내림세로 전환했다. 이는 물가 상승과 소비 침체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월과 비교하면 현재 경기 판단(-2포인트), 가계 수입 전망(-1포인트) 등이 내렸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심리의 위축 우려는 커졌지만 물가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1.83)보다 0.3% 높은 122.21(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감귤(31.9%), 배추(26.3%), 우럭(57.9%) 등 농수산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3월 인플레이션 기대가 꿈틀대면서 정부와 한은의 물가 대응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기준금리 조정의 핵심 고려 요인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흔들리면서 물가를 책임지는 한은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올 들어 금융 중개 지원 대출을 통한 9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특별 지원을 발표했다. 문제는 일부 의사들이 병원 개원에 해당 자금을 끌어다 쓸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점이다. 한은은 감사원 등에서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관련 규정을 변경해 병·의원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 문제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국민들은 농산물과 유가를 뺀 근원물가로 생활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다 책임감 있는 물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회복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건설 등 투자 부문의 위축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건설 수주 총액은 1년 전보다 53.6% 감소한 8조 564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택 수주액이 32.1%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기재부는 이달 경제 동향에서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민간소비 둔화, 건설투자 부진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경기 둔화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된다. 국내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상반기 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 침체가 이어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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