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23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의 25.7% 수준이다. 또 반려 동물을 키우는 가구 가운데 55.0%가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국내 펫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다. 2019년 3조 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은 2022년 8조 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오는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15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반려동물 건강 관리’는 미래 유망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읽고 한 발 앞서 반려동물 건강 관리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국내 1위 펫 헬스케어 플랫폼 ‘핏펫’이다. 2017년 설립된 핏펫은 반려동물 소변을 이용한 진단 검사 키트부터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 동물병원 리뷰 확인 및 예약까지 반려동물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방부터 진료까지 헬스케어의 여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핏펫은 반려동물 시장 성장세와 함께 맞물려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투자액은 900억 원으로 LSK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 미래에셋 등이 주요 투자사로 참여했다. 실적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직전해 매출은 473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 적자 폭도 1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르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힘입어 핏펫은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아지도 요로결석…아픈 반려견 덕분에 창업 결심
고정욱(사진) 핏펫 대표는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핏펫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빠른 성장 비결에 대해 “반려동물 시장 급속 성장 속에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겼지만 핏펫처럼 창업주가 초창기 비전을 유지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며 “‘반려동물 건강 관리 혁신’이라는 목표를 지킨 지속성이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근무했던 고 대표는 키우던 반려견이 요로결석을 앓은 것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강아지를 예뻐할 줄만 알았고,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며 “이 친구가 크게 아픈 후에야 반려동물의 건강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고 대표는 반려동물의 소변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어헤드 진단 키트’를 가장 먼저 개발했다. 어헤드는 검사 막대에 반려동물의 소변을 묻힌 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를 스캔하면 실시간으로 요로결석, 방광결석, 간질환, 당뇨병 등 10가지 이상 질병에 대한 이상 징후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그는 “소변 검사는 적은 비용으로 반려동물 신체 전반의 건강 상태를 빠르게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스마트폰과 진단 키트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하고,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핏펫은 일상생활에서도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맞춤형 건기식 추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입력한 반려동물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자체 PB 브랜드를 론칭했을 뿐만 아니라 타 회사의 인기 제품도 공식 온라인몰인 ‘핏펫몰’에 확보했다.
동물병원 연계도 핏펫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다. 운영 시간 등 동물병원에 일반적인 리뷰부터 안과 전문, 치과 전문 등 특정 질환에 특화된 정보까지 제공한다. 아울러 플랫폼 내에서 동물병원 예약도 가능하다. 고 대표는 “동물병원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테라젠이텍스(066700)와 협력해 수의사들의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문 키트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 77만…업계 1위 플랫폼 도약
예방부터 진료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결과 핏펫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 분야 1위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4월 기준 회원 수는 77만 명,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30만 명에 달한다. 또 그간 확보한 반려동물 의료 비용 데이터는 60만 건, 병원 리뷰는 17만 건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고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진행했던 투자들이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올해와 내년에는 더욱 큰 결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연 확장과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기초체력을 다진 핏펫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고 대표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관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피펫의 비전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잎으로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매출, 회원 수, MAU 등을 넘어 흑자 전환, 이익 규모 확대 등으로 사업 목표의 무게 중심을 조금씩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핏펫은 본격적인 IPO 도전에 앞서 추가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고 대표는 “200억 원에서 500억 원 사이를 목표로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올 1분기 클로징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음 목표는 '반려동물 전용 보험'
핏펫의 다음 목적지는 ‘반려동물 전용 보험 상품’ 출시다. 창업할 때부터 ‘반려동물 건강’에 초점을 맞춘 만큼 아픈 반려동물을 위해 보호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보험 상품 개발을 계획했다. 그는 “결국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는 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보험 상품 개발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핏펫은 대형 손해보험사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반려동물 전용 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손보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보험 사업에 대한 개발 노하우와 그간 핏펫이 축적한 반려동물 의료 관련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고 대표는 “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들고 다녔던 회사 소개서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보험 사업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핏펫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가장 마지막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호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핏펫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펫보험 상품을 만들 것”이라며 “반려동물의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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