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성 등 하방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KDI는 7일 발간한 ‘11월 경제 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DI는 올 6월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경기 저점론’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달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KDI가 지난달에 이어 2개월째 경기 부진 완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KDI가 주목한 것은 반도체 생산 회복세다. 올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늘며 올 8월(13.5%)에 이어 2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늘어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KDI는 “서비스업 생산의 완만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 등 변수도 적지 않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인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대표적인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수출 개선세에도 체감경기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달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지난달(69)보다 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KDI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수출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비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KDI가 9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 전망’에도 이목이 쏠린다. KDI는 올 5월 ‘상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후 8월 수정 전망에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KDI는 “세계 경제는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금리 부담으로 기업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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