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병들을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시키겠다. 무엇을 지키고, 누구와 싸우며, 어떻게 이길 것인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을 확립하겠다”
윤석열 정부의 두번째 국방부 수장인 신원식 장관이 지난 10월 7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사를 통해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일성으로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장병 육성을 최우선 현안으로 꼽으면서 군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한 국방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상처럼 신 장관은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기존에 우리 군의 정신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부 국방정책기획실 정책기획관 소속 ‘정신전력문화정책과’를 ‘정신전력과’로 개편을 추진한다. 4급 일반직공무원이 담당하던 과장 보직도 현역 군인으로 변경한다. 현재 정훈병과 소속인 육군 대령이 맡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인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칠 경우 이르면 내년 초에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대령이 과장에 보직되면 지난 2011년 예비역이나 4급 공무원이 맡는 자리로 변경된 이후 13년 만에 다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기존 과에 있던 문화정책 업무는 군 장병의 문화 활동이 정신전력 강화에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별도 조직으로 개편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신전력 강화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로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국방부 정신전력 담당 조직의 개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반직공무원 보다는 군의 장병정신전력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정훈병과 현역 대령을 보임하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 동안 40여 만 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정신교육 또는 정신전력교육을 진행하는 전담 조직 과장이 현역은 물론 예비역도 아닌 일반직공무원(4급)이 보임되면서 군 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신세대 장병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방부에 정훈국(精訓局)이 있었다는 것을 아십니까.
여기서 ‘정훈’이란 단어는 원래 ‘정치훈련’의 줄인 말이다. 이념 대립이 심했던 정부 수립 초기 국방부에 정훈국을 설치해 장병 정신교육을 맡게 되면서 자리잡은 단어다.
해방이 되고 1948년 국군조직법에 따라 국방부 제2국(정훈국)으로 처음으로 설치됐다. 정훈국에서는 문화과, 선무공작단, 사진대 등을 설치했다. 각 군에서 별도로 발행하던 주간지들을 통합해 홍보용 신문으로 ‘전우’를 발행하기도 했다. 오늘날 국방일보의 시초다. 이후 1949년 육군에 정훈감실이 설치되고 1966년 처음으로 육군에서 정훈병과가 창설돼 장병의 정신교육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처럼 정신교육의 지침과 교육방향, 교육방법 등은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정해서 시행해 왔다. 각 군이 국방부의 지침을 임의적으로 교육을 변경할 수 없다. 그만큼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현장 경험이 없고 장병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은 채 행정적으로만 정책을 추진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월 취임한 신원직 국방부 장관이 장병의 정신 재무장을 최우선 현안으로 꼽으면서, 국방부 내에 정훈국이 부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인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 전인 1992년 6월까지 국방부 정훈국 밑으로 정신전력과, 정훈과, 문화보훈과 등 3개 과를 둔 독립조직 이었다. 이후 국방정책실(1급) 소속 교육정훈관실(국장급)을 거쳐 지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정훈공보관실(국장) 소속으로 변경됐다 별도의 정훈기획관실으로 다시 분리했다. 그러다 2008년 노무현 정부에서 정신전력과로 축소되면서, 과장급으로 낮아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탓에 정훈의 고유한 역할은 흐릿해지고 국방부 차원의 일반적인 교육정책의 일부가 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군의 정신교육을 현재의 정신전력문화정책과, 즉 예전 별도의 국장급 조직이 과장급으로 내려가면서 위상도 떨어지고 부서의 중요성 인식도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정책기획관실 산하에 정신전력과와 문화과가 각각 이었지만, 이마저도 정신전력문화정책과로 통합됐다. 과거 정훈국 시절에는 국장 산하에 많으면 3개의 과가 별도로 있었다.
특히 2011년에는 정신전력과장 보직도 현역이 아닌 예비역이나 일반 공무원으로 변경했다가 2014년에는 정신전력과장이 4급 일반직공무원이 맡는 자리로 최종 변경이 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병들의 정신교육 실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현장 경험도 많은 현역 공보정훈장교를 배제하고 예비역도 아닌 민간출신 공무원이 담당하는 직위로 조정되면서 정신전력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는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군의 문민화 계획에 따라 국방부 과장직 가운데 일정 직위를 공무원 직위로 조정하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지만, 군의 정신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은 현역이 담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이 있음에도 간과돼 왔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는 과장을 포함하여 총 14명이다. 정신전력교육 업무만 한정하면 6명으로 1명은 군무원이고 현역은 5명에 불과하다. 소수의 인원으로 군 전체의 정신교육의 영역을 담당하는 탓에 해당 직원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 수준 유지를 고수하는 보편적 행정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 장관이 직접 국방부 담당 조직의 위상 정립과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침 신원식 장관이 정신전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만큼 관련 부서의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어느 때 보다 높다.
국방부 차원의 장병 정신전력 함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하던 조직이 1948년 ‘정훈국’에서 현재 ‘정신전력문화정책과’로 축소되는 과정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담교육기관의 부활이다. 장병의 정신전력 육성 및 함양을 총괄하는 기관인 ‘국방정신전력원’이다.
국방정신전력원은 국군 장병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교육과 연구, 교육자료 개발과 제작을 주임무로 한다. 대표적인 교육과정은 공보정훈장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과 대위 지휘참모과정이 있다. 부사관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초급리더과정과 중급리더과정, 고급리더과정 등도 있다.
오랜 역사 만큼 아픔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7년 9월 5일 창설된 국군정신전력학교를 모체로 하지만,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12월 육군종합행정학교 정훈학처로 개편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15년 만인 2013년 12월 합동군사대학교 예하의 국방정신전력원으로 재창설됐다.
임무는 야전부대 지휘관과 정훈장교 등 장병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을 교육하고 정신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합동군사대학교 산하로 대전 유성구 소재 자운대에 설치돼 △정신교육 콘텐츠 개발 △지휘관 교육 △정훈장교 교육 등의 부서로 구성된다.
이는 장병 정신교육을 각 군에 맡기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종북교육 등에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낳기도 해 정신전력원을 재설해 전문성과 일관성을 갖춘 장병 정신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2016년 1월 1일부로 국방부 직할부대로 소속이 변경됐다.
현재 ‘국방정신전력원령’에 따르면 제2조(임무) 국방정신전력원은 △국가관·안보관의 확립 및 군인정신의 함양(涵養)을 위한 교육 업무 △정신전력에 관한 교리의 연구 및 전투발전 업무 △군 장병의 정신교육 관련 콘텐츠 개발 및 제작 업무 등 크게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원장은 2급 이상의 군무원으로 보(補)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역이 원장을 맡고 있지는 않다.
국방정신전력원이 있지만 국방부 내부의 정신전력 담당을 총괄하는 조직은 더욱 보강해야 한다는 군 안팎의 의견은 계속 되고 있다.
국방부가(정신전력문화정책과) 정신전력교육의 지침 즉 큰 방향을 정립한다면, 부대별로 실질적인 실행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은 각 군 본부의 정훈과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조직이나 각 군 본부의 조직과 인원을 비교해보면 각 군 본부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국방부의 지침을 실행하는 각 군 조직들의 인원 규모에 비하여 두뇌급에 해당하는 국방부의 조직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측면이 있어서 전반적인 개선방향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병 정신교육은 일반 병사들의 주특기 교육과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교육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군의 정신교육은 군 장병의 전투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주요 보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정신전력 함양 대상인 40만 명에 달하는 장병이기에 일반직공무원 보다 현역이 하거나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예비역 공보정훈 장교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국방부의 교육 지침과 교육 자료 등을 중앙 공급 방식으로 지원하는 현재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공보정훈장교들이 담당 부서에 투입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특히 당장은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국방부 내 독립된 부서로 정훈국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는 점이다. 비록 국방부 산하에 국방정신전력원과 국방홍보원(국방일보, 국군TV)이 업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정신전력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큰 줄기의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부 전담 조직이 과장급인지, 국장급인지 그 위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임 국방부 장관이 장병들을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오랜 세월 지나면 축소된 담당 조직 위상 강화를 기대해 본다. 초기 국방부 내 별도 조직인 정훈국의 국장 자리는 장성급 장교가 보임할 수 있도록 위상과 힘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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