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용서하지 못하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합니까.”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0일 부산고등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해자는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되는지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가 강한 의문을 제기한 건 양형기준상 일반 감경요소인 ‘진지한 반성’이다. 양형위원회는 ‘반성문 제출을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최근 온라인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진지한 반성을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정의했다. 또 ‘단순히 반성문을 제출한다는 이유로 감경인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여부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게 양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치유하지 못할 상처를 지닌 범죄 피해자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종합적 판단’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한데다, 진지한 반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두고 ‘과도한 재량권’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성이라는 감형 요소는 강간죄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물론 살인, 폭행과 같이 피해자에게 육체·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혐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피해자가 용서나 선처의 뜻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재판부가 피고인이 반성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A씨가 국감장에서 “국가의 2차 가해’”라며 목소리를 높인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피고인이 실제 반성하고 있는지, 이른바 ‘악어의 눈물(거짓 눈물)’인지를 판사가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합리적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법원조직법 81조의 6) 하나의 잣대다.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법원조직법 81조의 7). 결국, 말 그대로 참고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형기준은 판사가 죄의 무게를 가늠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죄의 경중을 판단하는 저울의 기준은 항시 피해자·피고인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정도여야 한다. 그 반대라면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양형위가 새로 출범한 지 6개월, 끊이지 않는 피해자들의 호소에 이제는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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