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전 법무 차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을 겨냥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이른바 ‘VIP 격노설’을 입증할 각종 진술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으로부터 확보한 특검팀이 한층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이날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와 차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했다. 다만 법무부 청사와 주거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전 외교부 1차관), 심 전 총장,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등도 포함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호주대사 임명 당시) 이 전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 주요 피의자로 출국금지 돼 있었는데, 인사 검증 등 절차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며 “윤 전 대통령은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고, 특검은 관련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교부·법무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 등을 근간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게 특검측 설명이다.
특검팀이 윤석열 정부 당시 외교부·법무부 장·차관을 지낸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가 돌연 해제된 데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다. 또 외교부·법무부 당국자를 대상으로 호주대사 임명 절차의 준수 여부를 비롯해 출금 해제 과정 등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4일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피의자 신분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임명 사흘 뒤인 같은 해 3월 7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직후다. 이 전 장관은 곧장 출국해 주호주대사로 부임했다가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했다. 또 임명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같은 해 3월 25일 전격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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