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뿐 아니라 원전·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CFE)를 활용해 탈(脫) 탄소화를 추진하자는 민관 합동 ‘무탄소(CF) 연합’이 이번 주 닿을 올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CF 연합 결성을 제안한지 한달여 만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산업의 모든 필요 전력을 충당하는 유럽 주도의 ‘RE100’을 보완하자는 취지이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원전을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F 연합 출범식에서 “CF 연합은 기후, 환경, 에너지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제언”이라며 “CF 연합과 CFE 이니셔티브는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위상 정립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축사했습니다.
CF 연합은 지난 5월 논의기구로 첫발을 뗀 ‘CFE 포럼’을 법인화해 안정적 활동 기반과 실행력을 확보했습니다. CF 연합에는 삼성전자, LS일렉트릭,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LG화학, 한화솔루션,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 등 14개 기업·기관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초대 회장에는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 의장이 선출됐습니다. 이 회장은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1988년 공동설립한 IPCC에서 부의장 7년, 의장 8년을 지내며 높은 국내외 인지도를 갖춘 인물입니다. 이 회장은 정부의 ‘CFE 특임대사’로도 임명됐습니다. CFE는 전력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 청정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을 총망라하는 개념입니다.
이 회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원전, CCUS 등 모든 기술이 필요하다”며 “모든 포트폴리오를 다 활용해야만 최소 비용으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전을 배제한 채) 고비용의 무탄소 경제를 만들 것인지 비용을 최소화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부터 공식 활동에 나서는 CF 연합은 CFE 이니셔티브에 대한 국제사회 공감대 확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2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계기 각종 국제세미나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정부 역시 CFE 이니셔티브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우선 CF 연합과 함께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CFE 인증체계(안)을 설계한다는 계획입니다. CFE 전원을 활용한 전력 생산분 등의 구매실적을 관련 기관에 제출하고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을 진행해 국제표준화기구(ISO·IEC) 등에 제안할 수 있는 국제표준(안)을 도출한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 주도의 한국형 CFE100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됩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CF100은 24/7(하루 24시간 1주 7일 내내) 무탄소 전원으로 충당해야 하기에 RE100보다 훨씬 어려운 목표”라며 “우리나라는 당장 RE100도 제대로 못하는데 더 난이도가 높은 CF100을 달성하겠다니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마라톤 뛰겠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일침했습니다.
그러면서 “CF100은 원전을 늘리기 위한 알리바이가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같은당 김경만 의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만 재생에너지 100%가 어려우니 한국형 CF100으로 대체해달라고 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뿐 아니라 유엔 같은 국제기구와 개별국가 등에서 CFE 이니셔티브에 동조하고 있다”며 “국가 간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다. 곧 몇 개 국가가 연대해서 (동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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