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의 경영철학과 실용적 행보가 현대차(005380)그룹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취임 3년을 맞는 정의선(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 성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고(故) 정주영 선대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일군 업적과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 사항을 발 빠르게 경영 기조에 반영하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을 연 매출 200조 원 이상의 글로벌 톱3 자동차 그룹으로 키워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시장에서 684만 5000대를 팔아 도요타·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첫 톱3에 올라섰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365만 7563대를 판매해 4위인 스텔란티스와의 격차를 지난해 상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벌렸다.
상반기 기준 현대차·기아(000270)의 합산 매출액은 129조 9633억 원, 영업이익은 14조 107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정 회장이 취임한 해인 2020년과 견줘 매출액은 100조 원, 영업이익은 6배가량 뛰어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56년 역사를 통들어 볼 때 정 회장이 이끄는 지금이 황금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현대차그룹을 급성장시키면서 정 회장의 경영철학도 주목받고 있다. 키워드는 온고지신과 실용주의다. 온고지신은 정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줄곧 강조해온 메시지다. 정 회장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정 선대 회장과 정 명예회장을 꼽는다. 할아버지로부터는 자동차 산업을 꿰뚫는 혜안을, 아버지로부터는 과감한 결단력과 실천력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벤츠·BMW 등 경쟁사 대비 취약점으로 꼽혔던 현대차그룹의 헤리티지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은 올 5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포니 쿠페를 49년 만에 복원하면서 “과거의 노력을 되살려 새롭게 나아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젊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고 외국인과 여성 등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등용하는 면에서는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다. 내연기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발상을 전환했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를 적용한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실용주의적 행보는 미래 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미래차 사업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카메라 등의 분야에서 삼성과 협력하기로 했다. 자동차 시장 진출 전력이 있는 삼성을 경계하며 협력을 꺼렸던 두 전임 회장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고도화와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 기업 문화 혁신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과 경영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과제 극복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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