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지만 비대면 거래는 일상이 돼 증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를 위해 모바일 기기 활용에 익숙해진 고액 자산가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전담하는 조직을 확대하는가 하면 디지털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지난해 선보인 1억 원 이상 자산 보유 디지털 고객 전용 서비스 ‘S라운지(S.Lounge)’ 회원은 약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S라운지에서는 비대면 거래 고객에게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리서치 톡’과 투자 상담부터 거래 체결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디지털PB 바로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리서치톡과 디지털PB상담 이용건수는 연 초 이후 30% 이상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2019년 50명 규모 팀 단위로 출범시킨 관련 조직을 현재 100명이 넘는 디지털자산 관리본부로 확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비대면 고객을 상대로 전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PB 센터를 설치했다. 인공지능(AI) PB, 로보 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방식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최근 1년 동안 1억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객 수가 38% 늘었다. NH투자증권도 이달 초 자산 1억 원 이상 디지털 우수고객을 위한 ‘디지털케어 플러스’를 출시했다. 자산 분석 서비스와 더불어 대기 없이 디지털 상담사와 통화할 수 있는 ‘바로 연결’ 서비스, 보유종목 리포트 요약과 중소형주 탐방 노트 등 보다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쟁 증권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PB센터를 도입, 야간 상담에도 나서는 등 비대면 자산가들을 위한 각종 혜택을 늘리고 있다.
증권업계가 디지털 고객 전용 서비스를 속속 내놓는 건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 PC 또는 모바일로만 거래하는 자산가들이 급증한 때문이다. 실제 삼성증권의 자산규모 1억 원 이상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 고객은 2019년 말 3만 8197명에서 올 해 3월 말 25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51세에서 45.6세로 낮아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 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가 대거 유입됐는데 이들의 90%가 비대면 고객" 이라며 “비대면을 선호하는 부유층 고객 대상 자산관리 컨설팅 조직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S라운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로 100억 원을 단숨에 입금하거나 수백억 원 규모의 거래를 하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고 오 본부장은 전했다.
비대면 자산가들은 기존 대면 고객과 달리 자기 주도적 성향이 강해 밀착 서비스도 원하지 않는다. 이에 증권사도 상품 추천이나 전담 PB보다는 원하는 투자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면서 고객 요청이 있을 경우 직통 유선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오 본부장은 “고객이 받고 싶은 정보 유형을 선택하면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주요 이슈를 가장 먼저 제공하는 한편 고객이 원하는 내용들을 그때 그때 알려주는 전화 상담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가 진화하며 더 많은 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산업시장본부장은 “자산관리(WM) 부문의 전 세계적인 특징은 자동화된 정보와 사람의 대면 관리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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