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 업계에서 연쇄 파업의 전운이 감돌면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원유 등 원자재 값이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노조 파업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생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의 맏형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단체 교섭에서 극적으로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3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찬반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포스코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포스코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후 55년 만의 첫 파업이다.
문제는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포스코에 또 한 번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힌남노 태풍과 화물연대 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힌남노 태풍의 여파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약 2조 원의 피해를 입었고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철강재 출하 지연으로 고객사에 페널티를 물어야 했다. 더욱이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1년 365일 쉬지 않고 가동하는 일관제철소여서 일부라도 조업이 중단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수출 부진 속에 제철소가 멈춘다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조선 등 산업에 연쇄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제철 노조도 5~7일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87.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노사가 강대강 대치 중인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임단협에 잠정 합의하면서 향후 투쟁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저녁 기본급 11만 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 원, 주식 15주, 상품권 25만 원 지급 등이 포함된 임단협 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역대 최고 인상안이다. 의견 차가 컸던 정년 연장은 정부 정책과 법 개정 등을 지켜본 후 내년 상반기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13일 예고한 부분 파업을 철회하고 다음 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통과되면 현대차는 5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가게 된다.
앞서 기아 노조는 이달 8일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7월 국내 완성차 기업 중 처음으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GM 노사는 8일 임금 협상에 잠정 합의했지만 이에 대한 조합원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부품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 노조가 13일 1시간, 14일 7시간 부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5~6일 하루 8시간씩 파업을 단행했다. 교섭 결렬을 선언한 금호타이어 노조도 현재 쟁의권 확보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와 부품 업계, 타이어 업계가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으며 돌파구를 좀처럼 찾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이 향후 다른 사업장의 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