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삼성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준감위는 삼성이 재가입 결론을 내리더라도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032830)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임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입, 미가입을 확정적으로 권고하지 않았다”며 “준감위의 우려를 먼저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회사가 (재가입을) 결정했을 경우 어떤 조건 하에서 활동해야 하는지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자체의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권고 조건에 대해서는 “삼성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을 위해 내용을 미리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의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실천할 의지가 있는지는 현재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입장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전경련이 ‘싱크탱크형 연구단체’로 변모하는 등 각종 혁신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담보할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전경련이 정경유착 우려 해소를 위해 준감위와 같은 별도 독립 감시기구를 운영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삼성이 과거처럼 정경유착에 개입하는 일은, 최소한 준감위 통제와 감시 하에서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전경련에서도 준감위에 준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통한 운영이 쇄신안에 담겨져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의 인적 구성·운영과 관련해 어떤 명목에서든지 정치권이 개입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했다.
준감위의 권고 결정에 따라 전경련 재가입 여부는 삼성이 이사회를 거쳐 자체 결정하게 됐다. 삼성의 5개 계열사(삼성전자(005930), 삼성SDI(006400), 삼성생명, 삼성화재(000810), 삼성증권(016360))는 전경련 임시총회 개최일인 22일 전에 이사회를 거쳐 전경련 재합류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준감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전경련 재합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고, 각종 규제로 국내 경영 환경도 나날이 악화해 가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한 목소리를 낼 창구가 중요해졌다는 명분에서다. 삼성의 단일 활동만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경유착의 우려를 걷어내고 단체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삼성의 결정에 따라 과거 전경련을 함께 탈퇴했던 다른 4대 그룹(SK·현대차·LG) 또한 재가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각 그룹은 자체 논의 절차를 거쳐 22일 총회 전 재합류 여부를 결론낼 예정이다.
다만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합류하더라도 회비 납부, 회장단 참여 등 적극적인 활동에는 당분간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전경련에 낸 회비 규모 자체가 기업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었다”며 “전경련의 역할과 여론 조성 등을 살펴 서서히 활동 폭을 넓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22일 임시 총회를 열고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고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꿔 새롭게 출범하기로 했다. 새로 출범할 한경협의 초대 회장은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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