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16조 7000억 원 규모의 수출기업 자금 지원 프로그램 가동에 이어 23조 원 규모 금융 지원에 추가로 나선다. 특히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민간은행까지 나서 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총 5조 4000억 원 규모의 수출기업 우대 상품을 새롭게 내놓는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민관 합동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수출 판로 개척 지원에 4조 1000억 원, 수출전략산업 경쟁력 강화에 18조 7000억 원 등 총 23조 원 규모의 자금이 새로 투입된다. 이번 방안은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의 후속 조치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방안은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함으로써 우리 수출을 다시 한 번 도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원 안에는 국내 시중은행도 동참하기로 했다. 5대 시중은행은 보증기관에 특별출연하거나 자체 여력을 활용해 수출기업에 대한 별도의 우대 상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별 우대 상품 규모는 우리·하나은행이 각 1조 5000억 원, 국민은행 8600억 원, 신한은행 9000억 원, 농협은행 6000억 원 등 총 5조 3600억 원이다.
아울러 5대 은행은 수출기업 우대 상품을 모두 100% 보증 상품으로 구성했으며 대출금리와 보증료도 각각 최대 1.5%포인트, 0.8%포인트까지 우대한다. 김 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 위주의 기존 지원책과 달리 이번에는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수출 지원 효과를 극대화했다”며 “수출입 활동에 필요한 무역금융 이용 부담도 대폭 경감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해외로 동반 진출하는 중소 협력 업체에 대한 특례보증대출도 1조 원 규모로 새로 조성된다. 대기업과 함께 해외로 나가는 중소·중견기업 중 대기업 추천을 받은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당 최대 200억~300억 원까지 보증 한도를 확대하며 은행은 대출금리를 최대 1.5%포인트 인하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이 신용보증기금과 관련 협약을 맺었으며 앞으로 다른 기업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컨대 현대차가 전기차 공장을 짓기 위해 미 조지아주로 나가는데 협력 업체도 함께 나가 공장을 지어야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협력 업체들은 공장을 지을 돈이 부족한 만큼 현대차가 신보에 150억 원을 출연하고, 신보는 이를 기반으로 20배까지 보증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기업들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해외 프로젝트 패키지 금융모델’도 구축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기능 분담과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국내은행의 참여를 유도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프로젝트에 재화와 용역을 수출하는 국내 협력 업체에도 ‘공동참여 특례보증대출’을 출시해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외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원자력발전 등 초격차 주력산업에 11조 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앞서 정책금융지원협의회는 8대 주력산업 및 12대 신수출 동력 확충에 총 41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