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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환경은 없다[동십자각]

유주희

디지털전략콘텐츠부 차장





“비건(어떤 종류의 육식도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이라면서 한 달에 두 번 비행기로 출장을 다닌다니, 말이 되나요.”

얼마 전 인터뷰 기사에 돌아온 독자의 반응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이 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를 자주 타면 되겠냐는 지적이었다. 유럽환경청(EEA) 자료(2019년 기준)에 따르면 승객 1인이 1㎞를 이동할 때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285g)은 기차(14g)의 20배가 넘는다. 동일한 기준으로 채식·육식 식단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연구가 없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그럴 바에는 채식을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물론 비행기도 타지 않고 채식만 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엄격한 환경주의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면 안 되는 일’의 목록을 늘려나가다 보면 가장 완벽하게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멸종’일 것이다.



친환경에 정답은 없다. 가장 옳은 답이 있다면 그저 각자 가능한 실천의 범위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누구나 엄격한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일주일에 한두 끼니씩 채식의 횟수를 늘려나가면 된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할 때 자가용·택시보다 지하철을, 대형마트보다 플라스틱 포장재가 적은 재래시장 쇼핑을 택하면 된다. 신념을 위해 채식을 택한 이들의 존재는 물론 소중하지만 동시에 대중의 느슨한 노력이 모여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해도 중형 승용차 450만 대를 멈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책과 제도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전기차나 수소차 구매 시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다. 현재의 전기차나 수소차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전기·수소로 운행되기 때문에 친환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태양광 에너지, 수소에너지는 각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각종 보조금과 육성 정책 덕분에 에너지 효율 및 발전 단가가 놀랄 만큼 빠르게 개선돼왔다. 일사량이 많은 미국의 14개 주와 호주·독일 등은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완벽한 실천도, 또 완벽한 제도도 현실에는 없다. 그저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노력 대비 변화가 느리게 느껴진다면 정부나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쓰레기통에 버리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폐의약품 수거처를 늘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해도 좋겠다. 라벨을 없앤 생수 페트병, 재활용하기 쉽도록 소재를 단일화한 화장품 용기를 칭찬하는 동시에 재활용 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할 수도 있다. 최선책과 차선책, 필요하다면 ‘차차차선책’까지 병행하다보면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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