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쌓인 빚더미의 뇌관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을 살피는 당국의 감시망이 더 촘촘해진다. 은행은 그간 자체 산정한 부도율을 기준으로 삼아 충당금을 쌓았는데 앞으로는 당국의 깐깐한 인증 절차를 거친 지표를 따라야 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대손충당금 관련 개정 지침을 시중은행에 최근 전달했다. 이번 지침은 감독 당국과 은행 실무자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안이다.
개정안에는 ‘은행이 충당금을 산정할 때 ‘대표 부도율(PD)’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은 적정 충당금 규모를 책정할 때 ‘경험 PD’를 써왔는데 고려해야 할 변수가 추가됐다.
경험 PD는 특정 기간 동안의 부실 추이를 종합한 뒤 이듬해 예측 부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를 테면 지난 10년 간 집행했던 대출의 부도율을 고려해 내년도 부실 수준을 전망하는 것이다. 반면 대표 PD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규제목적 PD’에 연동된 지표다. 규제목적 PD는 과거 IMF 사태나 금융위기와 같은 이례적인 위기 상황을 상정해 산출하는 보수적 부도율이다. 은행권은 통상 규제목적 PD 값이 경험 PD 값보다 대략 1.3~2배 가량 높다고 보는데, 그만큼 충당금을 더 적립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규제목적 PD는 감독 당국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는 점이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경험 PD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그간 은행권 외곽에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권고하던 당국이 충당금 산정 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당장 올 2분기 결산 시 충당금을 책정할 때 새 부실 지표를 활용할 예정이다.
TF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은행이 기준점으로 보는 과거 10년을 보면 유래 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데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까지 단행됐다”면서 “경기 침체 상황에 가려진 부실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감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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