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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손님 발길 끊겨…"빚 한번에 못갚아 폐업도 못해"

■ 악재만 쌓이는 소상공인

원금 상환은 커녕 임대료도 벅차

코로나 대출 청구서 압박에 한숨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소상공인 폐업으로 인한 중고 주방 기구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갑은 안 열리고 전기세·인건비는 치솟아 폐업을 하고 싶지만 대출금을 한 번에 다 갚아야 해 어거지로 가게 문을 열고 있습니다. 악재는 쌓이는데 솟아날 구멍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한 소상공인이 전한 말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정부 대출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손님’이 아닌 ‘코로나 대출 청구서’뿐이기 때문이다.

1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부분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코로나19 기간 받았던 대출에 대한 상환이 본격 시작됐다. 코로나19 기간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 중 일부는 1차 상환 유예 기간(2차는 9월 말)이 올 3월 말 종료돼 4월부터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소상공인들은 원금 상환은커녕 임대료조차 내기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부산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A 씨는 “코로나19 때 정부에서 대출을 받아 운영해왔지만 이달부터 갚아야 한다”면서 “대출금 갚으려면 장사가 돼야 하는데 손님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절반 이상 줄었고 전기·가스·수도세는 물론 임대료까지 올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천에서 유통업을 하는 B 씨는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당시 대출을 2~3건씩 받았는데 올해부터 상환이 시작되고 있다”며 “매출은 떨어지는데 물가·금리가 올라 살아남기도 벅차다.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을 신규로 더 받을 곳이 없는지 매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와 대출 상환 압박에 폐업을 해 ‘빚잔치’를 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B 씨는 “주변에 폐업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장사를 이어나가는 사람이 많다”며 “폐업을 하면 돈을 한 번에 다 갚아야 하기 때문에 권리금도 포기하고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앉아서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대출 상환 유예 연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년 4개월 만에 엔데믹을 공식화했다”며 “소상공인 현장에서는 ‘모든 상흔에는 최소한의 치유 기간이 필요하며 3년 4개월 동안 크게 앓았으면 회복 기간도 3년 4개월은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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