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 한 직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정부가 공무원 보호 정책을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3일 논평을 통해 "최근 행정안전부는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민원처리 공무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 조치인 음성녹음을 하지 못하는 내용의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며 "이 지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행안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부는 작년 7월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행령은 지난달 1일부터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를 위해 안전장비 설치, 음성녹음 장비 운영, 폭언 및 폭행을 한 민원인 퇴거 등이 가능한 게 골자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행안부가 최근 지침을 통해 이 시행령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시행령을 개정한 행안부가 반대 방향의 지침을 내렸다"며 "행안부가 진정 공무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신임 근로감독관 A씨는 지난 1일 아산시 한 공영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가족들과 동료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50% 증가했다. 고용부 근로감독관은 역할인 감독이 어렵고 과중한 업무 탓에 정부 내에서도 기피한다는 평가가 많다.
행안부 측은 “연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침은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고 불가피할 때 녹음하도록 안내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안부는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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