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0여년 만에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이동통신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를 담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에 이어 최적 요금 안내를 통해 국민들이 ‘통신료 과소비’를 줄이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 외에도 정부가 5G 이동통신 최저요금·로밍비용 인하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등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통신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 법제처에 제출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에 최적요금제 안내 의무화 조항을 담았다. 가입자 평균 사용 데이터·통화량 등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요금제를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개정안에는 통신사가 단문문자서비스(SMS) 등으로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지하고, 이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달 18일 취재진을 만나 “맞춤형 최적요금제를 구체적으로 추진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차관이 밝힌 구체적 방안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담기는 것이다.
최적요금제 고지는 이미 유럽연합(EU)에서 도입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U 주요 국가는 2020년부터 통신사로 하여금 1년에 한 번 최적요금제를 고객들에게 안내하도록 했다. 2년 약정 계약이 끝날 때도 관련 사항을 안내한다.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통신 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EU의 최적요금제 고지의무 제도’ 보고서 등을 통해 ‘EU식 최적요금제’ 도입에 ‘군불’을 떼고 있다.
현재 통신 3사는 매달 발송하는 요금 고지서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정부가 운영하는 포털 ‘스마트초이스’에서 요금제 추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요금 추천이 아니고 가입자 스스로 데이터 사용량을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이동통신 가입자 대다수가 본인의 데이터 사용량을 모른 채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다 데이터 사용량을 정확히 알고 있는 가입자는 이미 최적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어 스마트초이스의 요금 추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요금제가 다양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신규 중간·청년·시니어 요금제가 다수 출시되면서 이동통신 요금제는 총 300개를 넘어서게 됐다. 소비자 스스로 최적요금을 선택하기 위해 파악해야 할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진 것이다.
최적요금제를 고지하도록 하면 실제 데이터 사용량을 쉽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요금제 선택의 번거로움도 줄면서 과다한 통신비용 지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적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함에도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G 가입자 중 무제한 요금제 사용 비중은 39.6%에 이르지만 이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0.4GB(기가바이트)에 그쳤다. 통신 3사가 최근 새로 선보인 중간 요금제의 50GB 구간은 월 6만3000~6만4000원인 반면 무제한 요금제는 8만 원 이상이다. 다수 가입자가 최소 월 1만7000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음에도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면서 통신사들의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통신 3사는 롱텀에볼루션(LTE)에서 5G로 전환한 후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으나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박에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에 이어 최적요금제 고지까지 법제화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들의 합리적인 통신소비를 돕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최적요금제 고지를 막아설 명분이 없는 것도 고민을 키운다. 여기에 정부가 최저요금·로밍요금제도 손보겠다는 의사까지 밝힌터라 통신사들의 고민이 깊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가지 정책만으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지만 ‘종합 패키지’ 형식으로 함께 도입될 경우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알뜰폰 장려정책까지 추진하고 있어 통신 3사의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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