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와 함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홍삼을 꾸준히 섭취하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미경 삼육대 화학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알코올 중독반응이 유발된 실험쥐를 대상으로 홍삼의 인지장애 개선 효과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실험쥐를 4개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당 15~20마리를 배정한 다음 각각 알코올 투여 전 0·50·100·200mg/kg 용량의 홍삼추출물을 섭취 시켰다. 알코올 중독 반응 평가를 위해 조건장소선호도 시험과 금단증상을 관찰했고 공간 작업 기억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Y-maze, 반스 미로(Barnes maze), NOR 테스트 등의 행동약리학적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홍삼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에서 금단 증상 및 보상 효과와 같은 알코올 중독 반응을 감소시켰다. 또 다양한 인지 테스트에서 알코올로 손상된 공간 작업 기억이 홍삼에 의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성 인지장애는 과도한 음주를 반복했을 때 발생하는 치매 유형이다. 알코올성 인지장애 환자들은 알코올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소위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되는 블랙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알코올은 초기에는 여러 뇌 기능에만 문제를 일으키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뇌손상을 일으켜 전반적으로 위축시키고 기억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해마의 구조도 변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직까지 알코올성 인지장애에 뚜렷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신약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가 없었다.
김 교수는 “홍삼을 섭취하면 알코올로 인한 신경염증의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알코올 중독 반응과 알코올에 의한 공간작업 기억장애 등 인지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홍삼추출물이 알코올 중독 반응과 인지장애에 미치는 영향에 관여하는 기전을 각각 밝혀냄으로써 향후 관련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초미세먼지 장기노출로 인한 뇌 해마세포 염증을 억제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등 홍삼추출물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기전을 입증한 최신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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