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 영상을 보여주고, ‘검찰 독재’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문장을 시험문제로 출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사는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고, 학교 측은 구두(口頭)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은평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A씨는 지난 5일 영어 수업 시간에 1학년 학생들에게 뉴스공장 영상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및 수산물 수입 등을 다뤘다.
이에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학교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A씨는 한 교실에서만 약 3분 동안 이 영상을 보여줬다.
학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A씨에게 사유서를 받고 구두로 주의조치를 내렸고, 추가 조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학생들이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영상을 틀었다며 “정치적 성향을 심어줄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수행평가의 영어 예시 문항에도 정치 편향적인 내용을 담았다.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묻는 시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연설을 고려하면, 그가 일본에서 굴욕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 명백하다 △미국 국무부는 윤 대통령이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금지한 것은 폭력과 괴롭힘을 보여준다는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야당은 현 정부를 검찰 독재 정부라고 부른다 등의 문장을 문제로 출제했다.
특히 고교 1년생이 배우지 않은 ‘야당(opposition party)', ‘검찰 독재(a prosecution-dictatorship)’ 등의 단어는, 따로 의미를 풀어주는 키워드로 처리해가면서까지 억지로 예문에 집어넣었다.
또 문법 수업 중에도 정치 편향적인 예문을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K’s speech left me speechless(K의 연설은 나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라는 문장으로 수업을 진행할 당시, 주어 ‘K’를 윤 대통령의 성을 뒤집은 “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굥’은 윤 대통령을 비하하는 멸칭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자신의 수업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고,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니까 사회를 보는 비판적인 사고, 그런 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조선닷컴 통화에서 “A씨 수업에서 정치 편향 논란이 벌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음 주 중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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