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와 같은 K팝 가수들의 활동과 국내 제작사에서 만든 K드라마와 K웹툰 등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음악·영상 등 문화예술저작권이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컴퓨터 프로그램 수출이 크게 줄었고 결국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4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13억 3000만 달러 적자로 2021년(1억 6000만 달러)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해외 특허를 사용하면서 지재권 수지가 만성 적자를 보이다가 2021년 처음으로 흑자를 냈는데 불과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성장세 둔화와 정보통신(IT) 업종 불황으로 저작권 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산업재산권은 26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4억 5000만 달러 확대됐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현지 법인 등에 대한 특허 및 실용신안권의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저작권 흑자는 1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억 8000만 달러 줄었다. IT 기업 등의 연구 개발과 소프트웨어 저작권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예술저작권 가운데 음악·영상은 5억 3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음악·드라마·웹툰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2020년 흑자 전환 이후 3년 연속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게임 등 컴퓨터 프로그램은 18억 4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11억 2000만 달러) 대비 적자 폭이 커지면서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게임 회사의 컴퓨터 프로그램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거래 상대방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10억 3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25억 8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역대 최소 흑자인데 이 역시 게임 수출 감소 영향이다. 최대 흑자국인 베트남도 17억 1000만 달러로 약 2억 달러 흑자 규모가 줄었다. 다만 최대 적자국인 미국은 전기전자·자동차 관련 산업재산권과 음악·영상저작권 수출 증가로 19억 달러 적자에 그치면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김화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중국에서 2021년 9월부터 청소년 게임 중독을 이유로 판호 발급을 줄이면서 대중 흑자 규모가 큰 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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