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국내 공식 출시된 21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 애플스토어는 긍정적인 태도로 방문자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직원들로 유명합니다만, 이날 분위기는 평소보다 더욱 밝았습니다.
이날 매장 직원들의 인사말은 “애플페이가 드디어 국내 출시됐다”였습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애플페이 사용법을 시연하며 적극적으로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한 외국인 직원은 손가락 제스처로 애플워치에서 결제 앱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한다기보다는 애플페이 사용법이나 시연을 보기 위해 찾은 방문자들이 많았다”며 기본 설정이 아닌 별도 제스처를 설정하면 더욱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다고 자세한 설정법까지 알려주더군요. 삼성전자(005930)서비스 직원들도 참 친절합니다만, 애플스토어 직원들의 적극성은 매번 겪을 때마다 놀랍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염원이던 애플페이 국내 적용으로 이날 스마트폰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폭발’했습니다. 애플페이 공식 결제 시작은 오전 8시부터였지만 새벽부터 카드등록과 결제 ‘인증샷’이 줄을 이었습니다.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서는 현대카드 앱 설치가 필수인 만큼, 앱 설치·카드등록법을 묻는 게시물도 많더군요.
NFC 단말기가 비치되고, 애플페이 공식 협력사로 등록된 일부 편의점에서는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오전 10시15분에는 카드 등록이 몰려 현대카드 앱에 일시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죠.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뜻일 겁니다.
통신사들도 애플페이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날 명동 인근 통신 3사 오프라인 매장에는 현대카드·애플과 함께한 애플페이 광고가 비치됐습니다. 광고비는 현대카드가 냈다더군요.
KT는 이날 아이폰14 기본형·플러스 공시지원금을 기존 최대 24만 원에서 최대 45만 원으로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LG유플러스, SK텔레콤이 아이폰14 공시지원금을 비슷한 규모로 올린 데 따른 대응입니다. 아이폰14 기본형·플러스가 ‘프로’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고가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애플페이 출시로 아이폰으로 기기를 변경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애플페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경쟁 간편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MST 방식도 지원해, 모든 카드 단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NFC 단말은 현재 보급률이 10%선에 불과합니다. 당장은 대중교통 결제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애플페이로는 삼성페이와 같은 ‘지갑없는 삶’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NFC 단말기가 보급된다면 애플페이, 나아가 아이폰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페이의 아성이 위협받는 것이죠. 갤럭시워치에서는 삼성페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애플워치로는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는 점도 위협적입니다.
당장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고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내수 점유율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성전자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최근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와 손 잡은 것이 그 방증이겠죠.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