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됐다. 전쟁을 앞두고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양국 간 군사력 차이를 바탕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면서 단기전을 예상했다. 일방적으로 패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우크라이나는 전 국민의 단합 속에 항전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러시아의 최첨단 전투기들이 휴대용 미사일에 격추됐고 초반에 파죽지세였던 러시아 전차 부대가 무인기 등에 피격되거나 물자 부족으로 길거리에 버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러시아군의 경우 전쟁의 목적과 군사작전 목표가 불분명했다. ‘전쟁의 원칙’인 공세·집중·기습·지휘통일의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원인이 됐다. 기존 현대전의 특징은 초전에 순항미사일과 첨단 항공력을 운용해 상대국의 전쟁지휘본부, 방공망, C4I 체계(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등 전략적 중심을 타격해 승기를 잡는 것이었다. 반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초전 공세 이후 정보전·사이버전·포격전·참호전·진지전·시가전이 복합적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전쟁 양상에 러시아군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는 적지 않다. 첫째, 확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실질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전쟁을 지켜보면서 절대로 핵 보유를 포기하지 말고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확충해 압도적인 억제력을 구비해야 한다.
둘째, 현재 진행 중인 ‘국방혁신 4.0’을 더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러시아군은 2008년 조지아전 이후 무기 체계와 군 구조를 중심으로 국방 개혁을 추진했으나 미래전에 대비한 군사 교리 개혁에는 소홀했다. 우리 군은 인공지능(AI)과 유무인복합체계(MUM-T) 기반의 미래 전장에서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제2 창군 수준의 군사 전략과 교리로 대혁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투형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북한의 소형 무인기 대비책을 실질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의 다양한 무인기는 발전소·통신망·철도 등 기간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전략적 효과를 창출했다. 북한은 유사시 이를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형 무인기에 생화학탄을 탑재할 경우에는 대량살상무기(WMD)로서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된다. 이에 대한 실질적 대비 태세를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넷째, 국내 방위산업(K방산)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K방산 수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국산 장비의 우수성과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차제에 K방산 수출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통해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에이사(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방식 레이다를 비롯한 국산 첨단 방산 장비의 기술 진화를 더 적극 추진함으로써 유사시 우리 군이 적의 공격을 조기에 탐지하고 반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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