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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우크라 재건사업 5240억달러…韓 기업들도 적극 참여를"

◆아나스타샤 라디나 우크라이나 특사

인프라 복구 외국 기업 유치 위해 투자 보호 제도 마련

IMF 지원 및 러 자산 담보 대출로 배상 받아 재원 모색

EU 가입 자격 위한 개혁 성과, 유럽집행위도 긍정 평가

北 파병, 잘못된 교훈 되지 않도록 공정한 종전 이뤄야

아나스타샤 라디나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우크라이나가 3년 9개월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면서 병행해온 자국 재건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건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여파로 미국 측 투자가 다소 위축됐지만 유럽·아시아 주요국을 중심으로 상호 협력의 활로를 열며 사업의 동력을 살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나스타샤 라디나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총규모가 최소 52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라디나 특사는 “우리는 자선을 요청하는 게 아니고 동맹·우방과 상호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복구할 계획”이라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투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고 (발주 사업 입찰·조달 과정 등의) 공정한 경쟁 장치와 투명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인 12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1억 1020만 유로 규모의 노르웨이 자금 무상 지원 약정을 따냈고 13일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총 7억 220만 유로 규모의 신규 투자 프로그램을 승인받았다.



-이번 방한의 배경과 목적은.

△한국 정부는 앞서 (대외협력기금을 통해) 21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을 약속했다. 이 같은 지원에 대한 우리의 감사의 뜻을 전하고 방위 기술 분야를 포함해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추가적인 파트너십 기회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번 특사단은 저를 비롯한 의회 의원들과 국방 및 시민사회 분야 등의 대표 인사들로 구성됐다. 방한 기간 중 국회의원, 학계 및 외교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가 추진하고 있는 재건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러시아는 거의 매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우리의 에너지 인프라, 공공 의료 인프라, 교육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전과 동시에 복구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작업은 동맹과 우방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한국도 21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 방침을 결정했는데 해당 자금은 특정 건설 사업에 투입될 것이다. 해당 사업은 우리와 한국 간 양자 협상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는 해외 정부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과도 전후 복구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우리는 복구 사업이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우리 의회는 복구 사업 관련 공공 기금의 투명성에 관한 정교한 법안들을 다수 채택했다.

-한국에 추가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국방 및 방위 산업 협력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은 첨단 현대 전쟁 기술의 시험장이 됐다. 이번 전쟁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들이 경험했던 어떤 전쟁과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값싼 드론 무기가 대량생산돼 상대 측 고가 무기와 정밀 장비를 파괴 중이다. 이런 드론 전쟁 속에서 상대 드론을 교란하는 재밍(jamming) 기술과 이에 맞선 안티 재밍 등 전쟁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장비와 기술은 몇 달 만에 전장에서 구식이 돼버릴 지경이다. 민주주의 국가 진영이 제조한 무기와 장비 중 상당수는 이런 최신 전쟁 상황에서 테스트돼 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 우리는 러시아와 싸우며 쌓은 최신 전쟁 경험을 민주 진영의 동맹 및 우방국들에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으로 군사 장비를 생산하고 실전 현장에서 테스트할 준비를 갖췄다. 동맹과 우방들에도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이란·중국·북한이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실전에 맞게 테스트하고 있으며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의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인도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고 싶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납치하고 있는데 그 숫자가 2만 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점령지의 우크라이나 부모들에게 자녀를 여름 캠프에 보내도록 했다. 캠프로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러시아 고아원에서 이름이 바뀐 채 러시아 가정에 입양됐다. 우리는 납치 아동의 귀환을 위해 ‘브링키즈백(Bring Kids Back)’이라는 국제적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한국이 동참해준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다.

-동맹·우방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사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쟁 중인 나라에 대해 재정 안정 및 개혁을 지원한 사례는 우크라이나가 최초다.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적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내 개혁을 단행해 IMF의 지원 프로그램을 받기 위한 평가를 여러 차례 통과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IMF의 기존 156억 달러 지원에 이어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 IMF와 신규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주요 7개국(G7)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융자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하는 융자 지원은 매우 합당한 사안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3년 10개월이 지났다. 전선의 교착상태에서 러시아가 대공세를 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전황은 어떤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24일 이후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63%를 수복했다. 우리는 동맹국과 우방들이 제공한 지원 덕분에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러시아는 침공 후 내내 ‘조만간 도네츠크 전역을 점령할 것’이라고 선전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며 우리의 민간인과 에너지 기반 시설 등을 상대로도 공격을 자행했다. 거의 매일 밤 이란제나 러시아제 드론을 한 번에 최대 수백 대씩 보내고 미사일을 쏴대며 비군사시설과 일반 시민들을 빈번하게 공격했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투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을 추진해왔는데.

우크라이나 특사단에 속한 아나스타시야 라디나 우크라이나 의회(베르코우나 라다) 의원이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2025.11.1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내정과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없는데도 우리 정부의 나토 회원국 가입 추진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쟁을 일으켰다. 2014년 크림반도의 우리 영토를 공격해 점령했을 때에는 나토 가입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앞세웠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온갖 명분은 핑계일 따름이고 실제로는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지우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문전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로 편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러시아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의무를 포기하더라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수십 가지 다른 구실을 만들어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나토 가입 이외의 다른 안전 보장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에 관한 협상 개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는데, 이후 진행 상황은.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확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EU 가입 후보국들의 기준 충족 여부와 (회원 승인의 부수 조건인) 국내 개혁 상황을 평가했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위한) 모든 주요 분야에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우리 정부는 EU가 일련의 협상을 본격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 내 일부 관료주의로 인해 아직 본격적 협상 절차가 개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미 EU 가입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광범위한 개혁 로드맵을 채택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돼 러시아군을 돕는 대가로 군사적 지원을 받고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핵 개발은 국제 안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생존에 관한 문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핵 프로그램은 억제되고 국제적이고 민주적인 감시 아래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무기를 포기했다. 러시아는 당시 우리나라가 포기한 핵무기의 일부를 넘겨받아 그것으로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가 이번 불법 전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불법적으로 핵 개발을 추진한) 북한·이란과 같은 나라들에도 잘못된 교훈을 줄 수 있다. 비핵보유국이 스스로 국가 운영 방향을 결정할 권리가 핵보유국의 위협으로 무너지고 국제법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정한 평화로 끝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he is…

1984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출생해 키이우국립경제대 법학부와 키이우타라스셰우첸코국립대 철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세법 전문가이자 유럽 평의회에서 부패 방지를 위한 우크라이나 대표단 위원직도 맡을 정도로 반부패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의회(베르호브나 라다)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2019년 9월 의회 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입법부의 일원이 됐다. 국가 반부패 정책위원회 위원도 겸직하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개혁 정책에 적극 관여해왔다.

아나스타샤 라디나(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뒤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올렉산드르 꼬렌 우크라이나대사관 1등 서기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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