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던 주거용 오피스텔이 ‘찬밥’ 신세가 됐다. 서울 반포와 서초 등 강남권 알짜 지역마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쏟아지면서 착공을 앞둔 부동산 개발 현장들이 주거 대신 오피스로 잇따라 용도 전환에 나서는 추세다.
23일 개발 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아스턴’을 전개하는 디벨로퍼 아스터그룹은 역삼동 832-21·23·24 일원 주거 부지에 대해 용도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SK D&D로부터 사들인 부지로 당초 지상 20층 규모의 고급 주거 시설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오피스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토지 및 사업권을 2058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마스턴투자운용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아스터그룹은 논현동 56-21 일원 1624.2㎡ 규모의 주거 부지에 대해서도 한때 오피스로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당초 계획대로 주거 시설로 분양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토지 매입가가 강남 지역보다 낮은 강북 지역에서 더 활발한 추세다. D&K아시아개발이 진행 중인 굿모닝시티 사업장(중구 장충단로 247)은 당초 3동 규모의 오피스텔로 인허가를 진행 중이었으나 오피스로 노선을 변경했다.
최근 몇 년간 디벨로퍼들은 서울 내 주요 입지에 위치한 낡은 오피스와 상가 등을 매입해 오피스텔 등 주거 시설로 개발해왔다. 이달 17일 분양을 시작한 ‘강동역 SK리더스뷰’도 과거 KT 강동지사를 개발해 주거용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서울 오피스텔 분양가가 2020년 3.3㎡당 2077만 원에서 지난해 4173만 원으로 2배 오르는 등 가격 상승세도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금리가 크게 오르고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집값 급등기에 분양받은 오피스텔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6월 입주를 앞둔 교대역 인근 엘루크 반포는 24㎡의 경우 분양가에서 최대 3000만 원, 50㎡는 최대 1억 원까지 마피가 형성돼 있다. 7월 입주하는 논현동 루시아도산208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무피부터 최대 1억 원의 마피 매물이 나왔다.
부동산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본PF 자금 조달이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거와 상업용 부동산의 분양가 차이가 큰데도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용도 전환에 나서는 현장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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