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 곡물 파동이 발생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이후 식품 물가가 줄줄이 올라 식량안보에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침공한 직후 국제 곡물 가격은 급등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2010년 95.1에서 2021년에는 125.7로 올라선 뒤 지난해는 143.7까지 뛰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159.7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0.7%(2021년 기준, 사료용 제외), 옥수수·콩 자급률은 각각 0.8%, 5.9%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19~2021년 수입한 사료용 밀 125만 톤 중 48.9%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최근 식품 가격이 줄인상된 데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전년 대비 5.8% 올라 전월(5.2%)보다도 상승 폭이 커졌다. 밥상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도 나타났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1% 상승해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당시 “각국의 자원 무기화, 수출 제한 조치, 국내 농가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식량안보 문제는 상시적·구조적 위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밀 자급률을 8.0%, 콩 자급률을 43.5%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해외 곡물 투자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일본의 종합 상사인 미쓰이·마루베니·미쓰비시 등은 메이저 곡물 회사나 터미널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곡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김종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농업 개발 사업 재구상, 바람직한 국제 곡물 유통 분야 진입 방안 등에 대한 추가 연구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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