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급증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 달러에 그치며 11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경상수지는 기업의 배당 수입 증가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수지 적자 폭마저 확대되고 있어 올해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298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54억 달러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2021년 852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가 불과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이는 2011년(166억 4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한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가 757억 3000만 달러에서 150억 6000만 달러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409억 9000만 달러 늘어나는 동안 석탄·가스·원유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액이 1016억 6000만 달러나 급증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줄었다.
문제는 올해도 경상수지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26억 8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으나 상품수지(-4억 8000만 달러)는 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상품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은 1996년 1월부터 1997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적자가 발생한 후 약 25년 만이다.
특히 수출은 556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4%(64억 7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철강 제품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줄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27.8%)와 철강 제품(-20.5%) 수출이 부진할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중국(-27.1%), 동남아(-23.7%), 일본(-10.3%)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화물운임 하락으로 운송 수입이 감소하면서 서비스수지(-6억 3000만 달러) 적자 폭도 확대됐다. 여행수지(-11억 4000만 달러) 적자도 계속되고 있어 서비스수지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배당 수입을 늘리며 본원소득수지에서 47억 9000만 달러 흑자를 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김영환 한은 부국장은 “향후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이나 주요국 경기, 정보기술(IT) 업황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매월 흑자나 적자 여부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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