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계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3차원(3D) D램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메모리 시장 패권의 향방을 좌우할 3D D램 분야에서 중국이 선점을 시도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창신메모리(CXMT), 중국과학원 등 중국의 유력한 D램 제조 업체와 반도체 기술 연구기관이 최근 잇따라 3D D램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XMT와 중국과학원은 2개 트랜지스터(2T0C)만으로 D램 기억장치를 만드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존 D램 셀은 1개 트랜지스터, 1개 커패시터(1T1C)로 이뤄진다. 기존 구조에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커패시터를 없애고 트랜지스터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당장의 위협으로 작용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차세대 기술의 선점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는 중국 업체와 기관들이 기술적인 한계로 ‘2T0C’ 구조를 당장 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D D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업체와 국책연구기관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물로 노하우를 쌓다가 세계 최초로 원천 기술을 찾아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3D D램은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기존 2D D램 시장과 달리 독보적인 주도권을 쥔 업체가 없는 ‘무주공산’ 상태다. 세계 D램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1위 삼성전자(005930)는 2019년 3D D램 구조 콘셉트에 대해 특허를 낸 경험은 있으나 2021년에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차세대공정개발팀을 신설해 연구에 착수했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내부에서 3D D램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처음 3D D램 콘셉트를 공개한 정도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배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3D D램의 원천 기술을 먼저 개발하면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제재도 무력화할 수 있다. 3D D램 기술을 확보하면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도 현존하는 D램보다 더 용량이 큰 D램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세계 D램 시장에서 CXMT 등 중국의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만약 중국이 기술 인력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3D D램 생산을 앞당긴다면 단숨에 D램 시장의 우위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D램 점유율 70%를 확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개방된 3D D램 생태계를 마련해서 원천 기술,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