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대만·일본·미국 등 글로벌 경쟁국 대비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면 시설투자 세액 공제 등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지원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시사성’ 보고서를 통해 2022년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의 평균치(67%)보다 낮은 65%라고 밝혔다. 효율성은 총자산·매출원가 등 투입 대비 매출액·영업이익 등 산출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의 재무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개 년도(2018~2022년) 효율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은 2018~2021년 평균 7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67%로 하락했다.
2022년 효율성을 국가 별로 보면 대만 75%, 일본 75%, 미국 73%, 한국 65%, 중국 59% 등 순이다. 중국보다는 높았지만 대만, 일본, 미국 등 반도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밀리는 모습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은 2018년 87%로 1위였지만 2022년에는 22%포인트 하락한 65%로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하락 원인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악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효율성 개선에 시설투자, 연구개발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분석결과 시설투자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은 0.01%포인트, 연구개발집중도가 1% 증가하면 0.57%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반면 부채와 판관비는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생산시설 투자와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이 경쟁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미국·대만 등 주요국의 대규모 지원에 상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내 법인세 인하(25%→24%),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6%→8%) 등 지원안의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R&D·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 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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